정부가 오는 10월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문화 APEC'으로 만들겠다며 거창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를 뒷받침할 핵심 문화행사 비용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표리부동의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문화동행축제(국·지방비 각 50억원)'를 기획하고, 정부의 취지에 맞게끔 K-POP 공연, 글로벌 패션쇼, 한류 콘텐츠 전시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에 국비 50억원이 반영되지 않아, 문화행사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결국 지자체가 사업비 전부를 떠안아야 하는 모양새다. 이는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행사에 대한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 앞서 행사 시설 보수 관련 국비도 제때 주지 않아, 지자체 돈으로 먼저 착공하는 등 정부의 소극적인 APEC 지원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번 APEC에선 각국의 문화장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문화 고위급 대화'도 신설된다는 점이다. 세계 문화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보여줄 'K-컬처의 힘'을 정부가 아닌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좌우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금관특별전을 비롯한 몇몇 실내 행사는 각국 참가단과 외국인 관광객이 체험하고 소통하는 야외 축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동행축제가 빠진 '문화APEC'은 외형만 그럴듯할 뿐, 내실은 텅 빈 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APEC은 추락한 국격(國格)을 다시 회복하는 중차대한 행사다. 국회가 추경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을 반드시 반영, 경주 APEC이 실질적인 외교·경제·문화가 어우러진 축제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더 큰 문제는 이번 APEC에선 각국의 문화장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문화 고위급 대화'도 신설된다는 점이다. 세계 문화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보여줄 'K-컬처의 힘'을 정부가 아닌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좌우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금관특별전을 비롯한 몇몇 실내 행사는 각국 참가단과 외국인 관광객이 체험하고 소통하는 야외 축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동행축제가 빠진 '문화APEC'은 외형만 그럴듯할 뿐, 내실은 텅 빈 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APEC은 추락한 국격(國格)을 다시 회복하는 중차대한 행사다. 국회가 추경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을 반드시 반영, 경주 APEC이 실질적인 외교·경제·문화가 어우러진 축제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