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삐걱거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조속한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자 김 후보가 “여기가 한덕수 당인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은 단일화에 적극적이던 이양수 당 사무총장의 교체를 추진하기도 했다. 김·한 양측 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3·4·5면에 관련기사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르면 대선 홍보물 발주 마감일인 7일, 늦어도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부터는 각 정당 후보별로 기호가 부여되고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11일까지 단일화를 성사시켜 절차를 마무리해야 '기호 2번'을 쓸 수 있고 선거비용도 당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김 후보와 한 후보는 개별 유세를 진행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투표용지 인쇄일인 25일 이전까지 단일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지 못하고 무소속이나 신당 후보로 대선을 치러야 해 리스크가 상당하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뤄낸 '노무현-정몽준' 모델이 거론된다. 후보 간 담판으로 단일화를 결정하는 방식도 방안 중 하나다. 다만 김 후보가 최근 빅텐트 주도권 잡기에 나서면서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는 당초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이었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됨에 따라 사법 리스크가 재부상한 것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내에서 “이제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한 후보 양측 모두 단일화에 대한 큰 틀에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속도면에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후보 측 주장에 따르면 이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김 후보에게 세 차례나 “오늘 중으로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김 후보가 “네"라고만 할 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상 김 후보 측에서 즉각적인 만남을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김문수 캠프의 김재원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가족동행축제 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간의 신뢰가 굉장히 중요하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며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두 후보는) 그냥 손인사로 '아이고 만납시다' '그래요 반갑습니다 한번 만나뵙지요'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실장은 “(한 후보 측 주장은) 굉장히 사실과 다르다. 상호 간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부연해 불쾌감을 표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3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과 면담하면서 단일화 속도전을 언급하는 두 사람에게 “내가 후보"라며 다소 불편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은 또 같은 날 단일화파인 이양수 의원에서 장동혁 의원(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당 사무총장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장 의원의 고사로 유야무야됐지만, 김 후보 측이 단일화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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