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방문, 초선·재선 대표인 김대식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에 나서면서 김 후보의 선택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 찬반 당원 투표'까지 꺼내며 김 후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상태다. 이에 김 후보는 TK(대구경북) 일정 도중 전격 중단을 선언하고 상경, 숙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6일 김 후보는 당이 자신을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단일화를 위한 회의에 불참하는 등 당과 거리를 뒀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유상범 단일화추진본부장은 6일 오전 10시 단일화 회의를 열려 했으나 김문수 후보측이 참석하지 않아 불발됐다.
김 후보 측과 당 지도부의 신경전은 이날 절정에 달했다. 김 후보는 오전 입장문을 통해 “당은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오후에는 “이럴거면 왜 경선을 3차례나 했냐"고 언급, 경선 일정 중단을 선언하며 당에 날을 세웠다. 이에 김 후보를 만나기 위해 대구로 향하던 당 지도부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 후보 측이 후보 일정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당 지도부에 맞서자 정치권의 관심은 김 후보의 결정에 쏠리고 있다. 현재 김 후보는 단일화 문제는 후보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국민의힘 입장에선 11일까지는 단일화를 통해 대선 후보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5월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에게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까닭에 당무 결정권 등 당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거머쥔 상황임에도 대통령 탄핵으로 치뤄지는 이번 조기대선은 평소와 같은 대선 후보의 지위나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김 후보자가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빠른 단일화 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와의 마찰을 피할 수 있고 당원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당원들에게 지지를 받은 이유는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기정 사실화했기 때문"이라며 “본인이 한 약속 때문에 당원들과 당 지도부의 요구를 결국 거절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당 지도부가 요구한 11일까지 단일화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 후보는 단일화 '시간'보다는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당한 절차'가 중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11일에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개별 유세를 진행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투표용지 인쇄일일 25일 이전까지 단일화는 가능하지만, 한 전 총리로 단일화가 될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원 후폭풍 등 리스크가 상당하다.
이에 정치권에선 김 후보가 리스크가 적은 선택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당 주류 인사들은 '단일화'를 전제로 김 후보를 지원했다"라며 “결국 당의 지원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숙고를 끝낸 김 후보가 단일화 승부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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