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작은멋쟁이나비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
  • 입력 2025-05-26  |  수정 2025-05-26 07:15  |  발행일 2025-05-26 제21면

2025052601000220700020331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작은멋쟁이나비'는 남극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 퍼져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날개를 편 길이가 43~53㎜, 날개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다. 최근 이 나비의 이동 경로가 밝혀져 곤충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무게 0.5g인 이 나비가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넘어 남아메리카로 무려 4천800㎞를 날아갔음이 입증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1년 만에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북극권까지 약 1만4천400㎞를 이동하여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이동할 때는 바람을 타고 시속 48㎞까지 난다. 이것만큼 멀리 이동하는 나비는 없다. 그러나 같은 개체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세대가 바뀌어 출발할 때 나비의 5대손 내지 9대손이 돌아온다. 한 번 왕복에 6~10세대가 릴레이를 한다는 말이다.

이 나비는 알로 5~14일, 애벌레로 2~4주, 번데기로 1~2주, 나비로 3~4주를 보내며 물론 나비일 때만 이동을 한다. 1·2월에 사하라남쪽에서 북상을 시작하여 사막, 바다, 산을 넘어 여름엔 북극권까지 갔다가 9·10월에 남하를 시작하여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세대가 바뀌어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은 태양나침판이 들어 있기 때문. 되돌아 온 나비는 날개 끝이 너덜너덜하지만 곧 꿀로 원기를 회복하고는 산란을 한다. 12월에서 2월까지 이 사바나에서 보낸다. 이 종은 기후변화에 유연하여 공원에 한 가지 꽃만 심어 놓아도 끄떡없다. 300종 식물의 꿀과 진디의 단물을 먹고 산다. 그러나 미국의 나비 총수가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 살충제 등으로 2000년과 2020년 사이에 22%나 감소했다니 이 종도 걱정이다.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