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 방치된 교육현장'
이젠 교권 보호 법제화 나서야…

경북교육청이 최근 사망한 제주 교사를 기리기 위해 마련한 추모 분향소. 경북교육청 제공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경북교사노조가 깊은 애도를 표하며 26일 교육당국과 수사기관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며, 교사의 헌신이 고통으로 되돌아오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사망 사건이 2년 전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순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교사를 향한 악성 민원과 그에 대한 무대응이 반복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생명이 스러졌다. 이 비극은 우리 사회가 교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교사노조연맹이 교사 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66%가 "학교 내 민원 대응팀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북교사노조는 "교육 현장의 고통을 외면한 제도와 무관심이 교사를 사지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교사에게 직접 민원이 전달되지 않도록 민원 창구의 일원화 및 관리자 책임 강화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의 조속한 추진 등을 요구했다.
특히 반복적이고 비인격적인 민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선 "책임 있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교육청도 사망한 교사를 기리기 위해 추모 분향소를 마련했다. 이 분향소는 교직원과 도민 누구나 조문할 수 있도록 개방됐으며, 교사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희 경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의 삶이 헌신과 희생으로만 기억되어선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이 교사 보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권 회복과 함께 민원 대응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고, 교사들이 존엄을 지키며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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