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조수미, 위대한 예술인의 영향력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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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30  |  수정 2025-05-30 07:16  |  발행일 2025-05-30 제26면
프랑스의 최고 문화훈장 수여

서양 무대서 이룬 정점의 업적

"이젠 젊은 세대에 헌신하고파"

그녀를 통해 후학이 길러지면

그들이 韓예술을 더 살찌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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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조수미가 최근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아 화제가 됐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주로 프랑스인이 받는 훈장이지만 외국인이 받을 때도 있다. 세계 예술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도 수여하기 때문이다. 국제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 훈장은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 훈장엔 코망되르(Commandeur), 오피시에(Officier), 슈발리에(Chevalier), 이렇게 총 3개의 등급이 있는데 이번에 조수미에겐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가 수여됐다. 한국인 중에선 과거 앙드레 김, 전도연 등이 슈발리에를 받았고, 봉준호, 김지운 감독 등이 오피시에를,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원장이었던 김정옥과 정명훈 지휘자가 코망되르를 받았었는데 조수미가 세 번째 코망되르의 주인공이 되었다.

조수미는 “코망되르는 세계적인 예술가들도 받기 힘든데 (내가 받다니) 놀랍다. 한국인의 문화와 예술을 인정받았다” “오늘 정점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이탈리아 음악학교 5년 과정을 2년 만에 끝낸 조수미는 1986년 이후 동양인 최초로 7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역시 동양인 최초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연으로 공연했다. 1993년엔 최고의 여성 성악가에게 수여하는 이탈리아 황금기러기상을 받았고, 2019년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훈장과 기사작위도 받았다. 동양인 최초로 그래미상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도 받았다. 그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역사인 것이다. 2002년엔 유네스코가 세계의 평화 음악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지난해부터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가 시작됐다. 2년 주기로 이어진다고 한다. 1회엔 47개국 5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한국 음악가의 이름을 내건 최초의 해외 콩쿠르다. 유럽에서 그녀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이 콩쿠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덜 알려진 느낌이다.

조수미는 활동 초기에 동양인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한국을 아예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일들을 당하면서 그녀는 “한국이 빨리 커야 되겠다. 한국에 좋은 일이 있도록 나도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국제적인 행사가 있으면 다른 스케줄을 미루고 내한해 한국 행사를 홍보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매니저와 다투기도 했다.

플뢰르 펠르렝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조수미에 대해 “아시아 예술가가 성공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던 1980년대 서양 오페라 세계에서 장벽을 깨고 편견을 극복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성공한 그녀는 외환위기 때도 한국을 도왔다. 당시 주불 한국대사가 프랑스 대기업 총수들을 모아 한국 경제를 홍보하려 했지만 그들이 응하지 않았다. 이에 이탈리아에 체류하던 조수미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녀가 바로 프랑스로 이동해, 독창회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콧대 높던 프랑스 재계 인사들이 부부동반으로 모였다고 한다. 카라얀이 조수미를 길러낸 나라인 한국의 저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조수미의 사례는 문화예술인 한 명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말해준다. 최근에 한국 예술인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선전하며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 조수미는 이번 수훈이 “영광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젊은 세대에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미의 헌신을 통해 후학들이 길러지면 그들이 한국 예술을 더 살찌울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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