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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영화평론가 |
지난달 30일에 개봉한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를 보면 지난 40년간 한국 초능력자물이 얼마나 많이 변모하고 성장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성장이지만 변모라는 말을 덧붙인 것은 그 사이에 생략된 시행착오와 부침까지 담아내기 위해서다. 사실, '우뢰매'는 본래 어린이용으로 제작되어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내러티브에서도 빈틈을 많이 드러냈다. 그 허술함에 논리를 들이대는 게 오히려 우스운 영화였다. 21세기 이후 컴퓨터그래픽과 특수촬영 기술의 발달로 한국에서도 시각적으로 어색하지 않은 초능력자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하는 부분이었다. 김민석 감독의 '초능력자'(2010)는 그런 면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세상 모든 인물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너무 어둡고 악해서 초능력에 대한 관객들의 욕망을 오히려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시도만으로 박수를 치기에는 이미 우리도 할리우드 초능력자물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하이파이브'는 할리우드식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사뭇 다른 종류의 초능력자들을 앞세운다. 의문의 인물로부터 장기를 하나씩 기증받은 다섯 인물들은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봤을 만큼 친근하고 기본적으로 선량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모두 나름의 결핍 내지는 콤플렉스가 있다. 가공할 만한 힘을 갖게 된 태권소녀 '완서'(이재인)는 친구가 없고, 자체 치유와 치료 능력을 갖게 된 '약선'(김희원)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다. 우울증과 분노장애에 시달렸던 '선녀'(라미란)도, 악성댓글러였던 '지성'(안재홍)도 과거에 떳떳하지 못한 인물들이다. '하이파이브'는 각 세대와 분야를 대변하는 이들을 한 팀으로 만들고, 이들이 모였을 때 사이비 교주를 물리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능력을 부여한다. 형식적으로도 세련된 느낌이 아니라 일부러 어깨에 힘을 뺀 B급 액션 코미디 스타일로 만들어 초능력자들의 서민적 매력을 잘 살려냈다. 흔히 주성치를 떠올리지만 한국적 정서를 가미해 발전시켰다는 게 핵심이다. 재치 넘치는 대사의 티키타카와 슬랩스틱 코미디에 웃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다섯 사람이 하나가 되어 있는 짜릿한 결말에 다다른다. '우뢰매' 이후 한국에서 초능력자 영화는 다시 한번 시리즈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어설퍼서 더 사랑스러운 하이파이브 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하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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