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지난해 8월, 박시연트리오는 체코 브루노에서 열린 세계 음악축제 '뮤직 마라톤 브루노(Music Marathon Brno)'에 참여했다. 이 축제는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어, 세계 각국의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사운드의 여정이었다. 우리는 그 여정의 한 장면으로, 브루노 구시청 야외무대에서 연주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 고성의 첨탑들이 솟아오른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낯선 땅의 공기를 마시고, 골목을 걷고, 사람들과 웃으며 스며들 듯 그 도시에 흘러들었다.
브루노행은 특별한 여정이었다. 캐나다 공연을 마친 뒤 잠시 한국에 머무르고, 한 달 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체코로 향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음악을 향한 기대는 언제나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축제 기간, 도시는 음악으로 숨 쉬었다. 길목마다, 광장마다 다른 장르의 음악이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그 소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우리는 라디오 방송국 'Radio Proglas'의 녹음 부스에서 인터뷰와 함께 라이브 연주도 진행하며 한국 재즈의 결을 브루노에 알렸다.
이곳에서의 또 다른 기억은, 세계적인 아코디언 연주자 빈센트 페이라니와의 만남이다. 오래 전부터 유튜브 'Made in France' 연주 영상을 통해 그를 동경해왔던 나는, 이번 축제의 워크숍에서 그와 마주했다. 한국에서 사온 꾕과리가 7개나 된다는 말, 대통령 앞에서의 연주,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과의 협업 방식 등 그와의 대화에서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지막 독주회에서, 그는 한국 친구들을 위해 특별한 곡을 연주해줬고, 그 몰입의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선물로 남았다.
우리는 축제 기간 중 에스토니아 전통 악기 '탈하르파'를 사용하는 듀오 'Puuluup'도 만났다. 줄을 눌러 소리를 내는 방식이 마치 해금 같았고, 이 전통 악기에 전자음과 리듬을 더해 만들어낸 사운드는 유럽 관객을 열광시켰다. 호텔에서 그들과 나눈 짧은 대화는 또 하나의 영감을 안겨줬다. 그들의 음악이 그토록 자유롭고 도발적일 수 있었던 건, 뿌리 깊은 문화와 모험심이 함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브루노는 투어의 마지막 도시였지만, 이 여정은 결코 끝은 아니었다. 음악은 마치 마라톤처럼 이어졌고, 도시는 하루 종일 리듬으로 숨 쉬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세계를 경험했다. 음악이 도시를 잇고, 사람을 연결하며, 언어를 넘어 진심으로 닿을 수 있음을. 박시연트리오의 여정은 그렇게 체코 브루노의 골목 끝에서도 계속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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