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송군 산불 피해 산등성이 곳곳에 최근 내린 비로 인한 토사 유출 흔적이 뚜렷하다.

지난 3월 대형 산불 피해 지역에 산사태 예방을 위한 게비온 옹벽이 설치된 모습.

지난 3월 대형 산불 피해 지역에 산사태 예방을 위한 게비온 옹벽이 설치된 모습.

청송군 산불 피해 산등성이 곳곳에 최근 내린 비로 인한 토사 유출 흔적이 뚜렷하다.
"마을이 또 산사태에 휩쓸릴까 걱정돼 잠도 못 자요."
지난 18일 오후, 경북 청송군 파천면 중평리 들머리에서 주민 김모(72)씨가 벌겋게 드러난 산비탈을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불과 석 달 전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산비탈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검게 탄 숯덩이가 된 나무들 사이로 이미 쏟아진 빗물에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까지 선명하다.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2차 재난'인 산사태 위험에 처한 주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청송군 일대는 지난봄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산불 피해를 본 산등성이는 식생이 사라지면서 집중호우 때마다 흙과 돌이 마을로 쏟아져 내릴 위험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며칠간 내린 비만으로도 산 곳곳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청송군은 산사태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현재까지 294곳의 산사태 취약지역을 점검하고, 85곳에 대해서는 정밀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또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전문 용역을 통해 27곳에 대한 예방조치를 마무리했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청이 잇따르면서 기존 취약지역 외에도 추가 위험지역을 신규 지정해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장마철 이전에 최대한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파천면 중평리와 지경리, 황목리 일대 등 산불 피해가 극심했던 11개 리에서는 총 26건의 응급복구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중평리 산5번지에는 3단으로 된 게비온(석축)이 설치됐고, 지경리 340-1번지에는 길이 116m에 이르는 2단 게비온과 함께 위험 수목 8그루가 제거되는 등 본격적인 산사태 예방 공사가 진행됐다.
청송군은 예방 공사뿐만 아니라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피 훈련과 산사태 예방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주민 대피 자치훈련을 완료했고, 이달 11일에는 도평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장 예방교육도 실시했다. 마을 방송과 재난 문자를 통한 적극적인 예방 홍보 역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청송군은 지난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산사태 대책 상황실'을 가동하며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산림청과 경북도 역시 긴급복구 대상지에 대한 상시 예찰을 강화하고, 강우량이 많을 경우 주민 대피에 신속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주말부터 장마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청송군은 산불피해지역에 추가적인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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