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54년의 발자취, 소년체전이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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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3  |  발행일 2025-06-23 제21면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매년 5월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땀과 열정을 쏟아내는 무대다. 올해로 54회를 맞은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지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경상남도 김해시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대구시 선수단은 육상 등 35개 종목에 1,177명이 참가해 총 9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지역 체육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전국소년체육대회는 1972년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구호 아래 스포츠소년단 창설을 기념해 열린 '전국 스포츠소년단 대회'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초등부 11개, 중학부 19개 종목으로 시작된 대회는 기초 체육활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함양하고, 유망 선수 조기 발굴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1975년 제4회 부산대회를 기점으로 명칭을 '전국소년체육대회'로 변경하고, 시·도 개최의 형태를 갖추며 본격적인 전국 단위의 체육 행사로 발전하였다. 당시 충청남도가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며 유망주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성장통도 분명 존재했다. 시·도 간의 과열 경쟁, 수업 결손, 진학 문제, 그리고 개최지의 재정 부담 등 부작용이 대두되며 1989년부터 1991년까지는 지역 단위로 축소 운영되기도 했다. 이는 전국 규모 대회의 축소가 체육 활성화와 우수 선수 발굴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고, 결국 1992년부터 다시 전국 대회로 부활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1994년부터는 전국체전을 개최한 시·도가 이듬해 소년체전을 개최하도록 하여 준비 여건을 효율화했고, 2010년에는 여름방학 기간 중 개최를 시도하며 학습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염과 장마 등 계절적 문제로 인해 다시 5월 개최로 돌아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출발점으로서 오랜 기간 기능을해오고 있다. 이 대회를 통해 발굴된 선수들이 전국체전, 아시안게임,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연계 육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이면에는 성적 지상주의와 선수 인권 침해, 체육계 내 폭력 등 그늘도 존재해 왔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간 불균형으로 인해 일부 종목이나 지역에서는 선수를 구성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제약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또 전국소년체전을 폐지하고 고등부를 전국체전에서 분리시켜 초등,중등부와 함께 전국학생체전으로 전환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이는 경기력 중심의 체육을 지양하고, 보다 균형 잡힌 학생 체육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에서 제기되었지만, 지역 체육 기반의 약화와 조기 선수 육성 시스템의 붕괴 우려로 아직까지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국소년체전은 그 존재 이유와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단순히 우수 선수 발굴을 위한 대회를 넘어, 모든 학생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방향 전환과 대회 참가와 학업의 병행 시스템 속에서 운영 전반의 재구조화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역 간 인프라 차이로 인한 접근성 문제나, 종목 간 지원의 불균형 문제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승패' 중심의 구도를 넘어, '과정' 중심의 교육적 가치와 '참여' 중심의 포용성을 담아야 할 때다. 단 한 명의 메달리스트가 아닌, 모든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웃고 성장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꿈나무들의 축제, 그리고 한국 체육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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