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계파정치와 자기반성 없는 보수정치의 고립

  •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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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4  |  발행일 2025-06-24 제23면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하늘이 보는 것은 백성이 보는 것이며, 하늘이 듣는 것은 백성이 듣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동양 정치사상의 핵심이다. 그 어떤 권력도 민심을 거스르면 오래갈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어쩌면 현대 민주주의 이론을 동양의 고대 왕정시대에 경험으로 먼저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정치, 특히 보수정치의 현실은 이러한 원리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2024년 총선 결과와 2025년 대선은 국민의 분명한 뜻이었다. 민생과 개혁, 그리고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투표로 명확히 드러났다. 그러나 선거 패배 이후 보수정당의 반응은 민심에 대한 성찰보다 계파 간 책임 공방과 당권 싸움으로 귀결되고 있다. 윤심(尹心)이 작동한 공천, 줄세우기 정치의 파장이 총선 참패로 나타났고 계엄과 대통령탄핵으로 이어졌다. 결국, 대선에서 무기력하게 졌지만, 당 지도부는 국민과 지지층에게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 없이 대신 당권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결국 선거를 통해 민심이 정치를 심판하는 제도다. 그 결과 앞에 변명보다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정치는 여전히 계파중심, 극우 중심의 정당구조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진박 감별, 지난 총선의 친윤공천 이라는 단어들이 선거를 망쳤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극우 보수층의 지지와 진보와 보수의 갈라진 정치구조에만 기댄 채 중도층과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았다. 언제까지 극우 보수층과 구세대의 지지에만 의존할 것인가?


이번 선거결과는 '일시적 민심'이 아니라 보수정치 전체에 대한 평가이고 경고이다. 특히 젊은 세대와 중도층, 무당층의 외면은 단순히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 보수정치 그 자체에 대한 불신과 냉소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특정 계파 중심의 재편과 내부 권력다툼에 몰두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그 정치세력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過而不改,是謂過矣.(과이불개 시위과의)"


잘못을 저질러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말이다.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정당은 단순히 패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력 자체를 상실한 것이다. 보수정당이 진정 국민 앞에 다시 서기 위해서는, 패배의 원인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국민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더는 계엄의 정당성과 탄핵 반대의 논조로 국민을 설득하거나 미래를 선점할 수는 없다. 지금은 기후위기, AI기술의 확산, 초고령사회,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의 시대이다. 보수가 보수답기 위해서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시대감각과 중도층과 젊은층을 참여시키는 당내 민주주의 부활이 필요하다.


이제는 선거 패배를 부정선거나 외부의 문제로 돌리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그 선택을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순간, 정당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정치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 결과는 하늘의 뜻과 같으며,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 덕목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정당만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가 보수세력의 반성 정도를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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