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사람] “망하도록 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이야기·사랑의 힘을 믿는 작가들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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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4 17:50  |  수정 2025-06-25 13:57  |  발행일 2025-06-25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펴낸 최진영 작가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작가
지난 20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강연 '망하도록 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이라'. 조예은 소설가, 최진영 소설가, 양경언 문학비평가(왼쪽부터)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지난 20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강연 '망하도록 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이라'. 조예은 소설가, 최진영 소설가, 양경언 문학비평가(왼쪽부터)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그래도 세상은 망하지 않을 거예요. 망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과, 사랑과 같은 감정들이 아직 살아 있으니까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시대에도, 당장 망할 것 같은 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다시 걷게 한다. 최진영·조예은 작가는 소설 쓰기를 통해 그런 작업을 이어나간다. 두 작가 모두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단 한 사람'(최진영),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조예은) 등의 소설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 중인 소설가다. 이들은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 셋째 날인 지난 20일, '망하도록 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이라'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양경언 문학비평가의 진행 아래 문학의 힘, 소설을 쓰는 의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믿을 구석'. '자신의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조 작가는 "너무 뻔한 답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내게 믿을 구석은 '이야기'였다"고 답했다. 그는 "가상의 이야기들이 도피처가 되어줄 때도 있고, 그 안에서 충전한 힘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최 작가는 '사랑'을 꼽았다. "그저 사랑을 받기보다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사랑을 잘하려면 삶의 지혜와 인내심, 성실함 같은 수많은 자질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의 과정을 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요즘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조 작가는 "자꾸 실망하게 되는 건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구분 지으려는 태도"라고 했다. 이어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너무 쉽게 경계 짓고, 그 경계를 긋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지는 것 같다"며 "보편에서 벗어난 존재들을 하나의 범주 안에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최 작가는 "인간이 막지 못하는 자연재해 같은 것들은 어쩔 수 없지만 인재(人災)는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한 죽음"이라며 "그런 인재들이 한국사회에서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 참담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강연 '망하도록 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이라'에서 조예은 소설가, 최진영 소설가, 양경언 문학비평가(왼쪽부터)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지난 20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강연 '망하도록 두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이라'에서 조예은 소설가, 최진영 소설가, 양경언 문학비평가(왼쪽부터)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그러면서도 이들은 하나같이 "그럼에도 세상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상이 망할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과, 사랑과 연대, 슬픔과 공감 같은 아름다운 감정이 아직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두 작가의 소설은 바로 그런 감정들을 붙들고 기억하게 만드는 도구다. 이들은 작품을 쓸 때 낙관과 비관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고 밝히며 소설 쓰는 일의 의미에 대해 들려줬다.


최 작가는 "제가 이야기를 쓰는 건 절망을 전하기 위해서도, 무턱대고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 하나라도 함께 찾아보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소설을 쓰며 계속해서 낙관을 향해 나아가고, 그렇게 한 편을 완성하고 나면 조금은 다른 사람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조 작가도 "인물에게 일부러 낙관과 비관을 동시에 집어놓고 그를 시험하며 이야기를 쓴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이 인물이 끝내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까? 계속 질문하며 쓰다 보면 제게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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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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