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과수원에서 사과 묘목이 재조성되고 있다. 이 과원에선 지난 3월 발생한 산불로 사과 나무 일부가 불에 탔다. 경북도 제공
2023년 유례없는 저온 피해 등으로 사과 값이 치솟았던 '금사과' 사태 재현이 우려된다. 올봄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데다 여름 장마가 한달간 이어질 거란 예보 때문이다.
24일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경북은 전국 사과 재배면적(3만3천313㏊)의 58%를 차지하는 주산지다. 평년(최근 5년간 평균) 생산량만 29만t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생산량은 평년에 크게 못미칠 꺼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대형 산불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의성 등 사과 주산지 1천560㏊가 피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473㏊는 회복이 어려워 새 묘목을 심어야 한다. 또 산불 피해를 입은 일부지역 4~7년생 후지 사과나무 한그루 평균 화총(꽃눈) 수는 정상 나무보다 최대 43.8%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 나무는 평균 120개의 꽃눈이 발생한 반면, 피해 나무 꽃눈은 평균 68개에 그쳤다.
꽃눈 수가 적으면 열매도 적을 수 밖에 없어 피해 농가의 시름은 깊다.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하는 배모씨는 "산불에 이어 냉해 피해까지 겹치며 사과 열매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예전 같으면 적과(선별) 작업 과정에서 버릴 열매를 그대로 살려둬야하는 형편"이라고 답답해했다.
사과 피해를 보지 않은 농가에서 적과량을 늘려 생산량을 보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2025년 6월호'에 따르면 전국 사과 착과수는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박현준 대구경북능금농협 팀장은 "올해 5월부터 우박 피해와 일조량 저하로 착과량이 현저히 줄었다"며 "장마철 대응이 미흡하면 사과 품귀현상이 벌어졌던 2023년과 유사한 생산량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돼 최대 한 달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가 걱정은 커지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 사과에 탄저병과 갈색무늬병 등이 확산할 수 있어서다. 실제 2023년에도 장기간 이어진 장마로 전국 사과 생산량이 전년 보다 30.3% 감소한 바 있다. 정원권 경북농업기술원 농식품환경연구과 연구사는 "7월 중순부터 탄저병이 본격 발생하는 만큼, 농가에서는 방제 주기를 앞당기고 비가 그친 틈을 타 수시로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