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포항시의회에서 정례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전준혁기자>
경북 포항시의회의 '그래핀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조례'가 본회의 표결 끝에 결국 부결되자 논란이 거세다. 조례 자체의 필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부결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두고 시의회 내부에서조차 "기초의회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란 자조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30일 제3차 본회의를 끝으로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 등 굵직한 안건을 처리하며 21일간의 제324회 제1차 정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포항시 그래핀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그간 잠잠했던 의원들 간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은 물론, 포항의 신소재 육성 정책이 퇴보하게 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관련 조례는 국민의힘 김민정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전국 최초로 첨단소재인 '그래핀'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담아 주목을 받았다. 포항은 2차전지, 바이오 신약 개발, 수소연료전지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이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나노 신소재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그래핀'으로, 그래핀은 뛰어난 전기전도성과 고강도를 자랑하는 차세대 물질이다. 포항에서는 현재 글로벌 그래핀 선도기업 '그래핀스퀘어'가 지난해 6월 포항공장 착공식을 개최하는 등 순조로운 사업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례회 기간 해당 소관위인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중복 지원과 특혜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하지만 논의 끝에 원안 가결됐다. 문제는 마지막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경제위 부위원장인 김상일 시의원이 다시 질의 토론을 요청했고, 논의 끝에 표결까지 이어져 결국 32명의 시의원 중 절반인 16명이 반대해 부결됐다.
반대 의견을 제기한 국민의힘 김상일 시의원은 "그래핀이 속한 탄소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법률은 물론 경북도 차원의 조례가 있는 상황에서 그래핀만 따로 빼서 지원한다는 것은 시급성과 필요성을 따져봤을 때 적절하지 않다"며 "지금도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례 공동 발의에 나선 시의원이 8명의 경제위 시의원 중 절반인 4명"이라며 "이 또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표 발의에 나섰던 김민정 시의원은 "너나 할 것 없이 유치 경쟁에 뛰어든 그래핀 산업에서 포항시가 입지를 굳히려면 지원 조례가 꼭 필요하다"면서 "반대 의원들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을뿐 아니라 일부 내용은 허위 사실로 확인돼 법적인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했다.
소관위에서 원안 통과된 조례를 소관위 소속 시의원이 다시 이의제기를 한 상황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시의원은 "다른 위원회도 아니고 같은 위원회에서 스스로 통과시킨 안건을 다시 이의 제기해 부결시킨 것은 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9대 후반기 출범과 동시에 인사 문제 등으로 파행에 휩싸였던 포항시의회가 결국 다시 그 갈등을 밖으로 내보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포항시의회는 후반기 출범 이후 위원장 임명과 예결위 구성 등 인사 문제에서 초선 시의원 위주로 편성하며 파행을 지속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끼리도 다선과 초선 의원 간 날을 세우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원천 배제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 역시 현재까지 전체 간담회에 불참하며 협치가 실종된 상황이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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