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천일영화] 위대한 시리즈의 허탈한 마무리 ‘오징어 게임 시즌3’

  • 윤성은 영화평론가
  • |
  • 입력 2025-07-04  |  발행일 2025-07-04 제26면
윤성은 영화평론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시즌3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시즌3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듯한 인상도 주지만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시즌3가 '오징어 게임'의 피날레임을 못 박은 상태다.(단, 외국에서 리메이크 하는 방식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시즌1이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순위 1위, 시즌2가 3위를 기록한 만큼 시즌3도 공개되자마자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이 시리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이번에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예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트는 '오징어 게임' 시즌3가 "실망스러운 결말로 힘겹게 마무리됐다"고 평가했으며, 영화, 드라마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의 시청자점수도 51%로 저조한 편이다. 에미상 6개 부문을 휩쓸었던 시리즈로서는 부끄러운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시즌3에 대한 비판을 분석하려면 애초에 이 시리즈가 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는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기본적으로 데스 게임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시리즈였다. 매회마다 서바이벌 게임의 긴장감, 인간의 잔혹함에서 오는 공포가 잘 살아있었다. 여기에 자본주의 및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라마를 묵직하게 만들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이 잘 만든 데스 게임 장르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성기훈'(이정재)이라는 캐릭터와 한국의 전통 놀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신선하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달고나 뽑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등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화적 세팅, 등장인물들의 의상 등 수많은 패러디와 밈을 이끌어냈던 '오징어 게임'만의 시각적 스타일은 화려한 보너스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즌1에서 어리숙하기는 해도 순수하고 이타적인 인물로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기훈이 시즌2에서는 달라진다. 그는 참가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하지만, 참가자들 설득에 실패한 데 이어 무리하게 감행한 쿠데타에서도 패배하고 만다. 그렇게 프론트맨에게 무참히 짓밟힌 성기훈은 시즌3의 마지막 게임에 다다를 때가지 그저 무기력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덩달아 프론트맨의 활약도 줄어든다. '금자'(강애심), '현주'(박성훈), '준희'(조유리) 동맹이 그 둘의 자리를 메워보려 하지만 시즌2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다주었던 주인공들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게임 체인저로서 기대를 모았던 준희의 출산도 신박한 복안이 되지는 못했다. 가슴에 O표를 부착한 이들은 아기의 출현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끝까지 평면적인 악인으로써만 소비되기 때문이다. 시즌2까지 살아있던 게임 시퀀스의 스릴도 시즌3에 와서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전략도 전술도 부재하고 살육만이 난무하는 게임들 속에서 참가자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광기 뿐이다.


결국 기훈은 게임의 주최자들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최후의 선택을 하고 만다. 기훈의 마지막 대사는 감독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 전체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와도 상통한다. 그래도 인간에게 희망이 있고, 어떤 경우에도 인간다움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수용하기에 오징어 게임의 시스템에 작은 흠집도 내지 못한 영화의 결말은 허무할 뿐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