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16컵(유로모니터 통계)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2위 싱가포르(290컵), 3위 일본(281컵)보다 1.5배 많다. 최근엔 국가별 스타벅스 매장 수 역시 일본을 제치고, 미국·중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1860년 프랑스 선교사가 처음 국내에 커피를 들여온 지 165년 만에 국내 커피 브랜드 886개, 시장 규모 3조 원을 웃도는 '커피 공화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에서도 '커피믹스'와 함께 날씨와 상관없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찾는 커피 문화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서민이 커피 한잔으로 '소확행(소소한 행복)'을 누리기에 부담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커피 원두값이 급등해서다. 최근 5년 새 원두값이 250% 올랐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이상기후가 꼽힌다. 커피는 18~24도에서 잘 자라는데, 주요 재배지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작황이 부진하다는 것. 특히 주요 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이 최근 수년간 폭염, 가뭄으로 원두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 국제 수요 증가 등도 한몫한다.
문제는 이상기후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배지의 평균 기온이 2도 오르면, 원두 생산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하지만 중국 등의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수요는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커피 원두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소비지에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다가 커피 한잔도 '사치'가 되는 시대가 올까 두렵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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