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관월당과 문화재 환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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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7  |  발행일 2025-07-07 제23면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 논설위원

지난달 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반출된 조선의 건축물 '관월당(觀月堂)'이 약 10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관월당은 조선 왕실의 사당 건축물로 추정된다. 언제, 어떤 이유로 일본에 가게 되었는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일본에 남아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말할 때 꾸준히 거론됐다. 해외 소재의 건축 문화유산 전체가 한국으로 돌아온 건 관월당이 최초 사례라는 점도 의미 있다. 지난해 관월당의 자리인 가마쿠라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 측이 건물의 보존·복원을 위해 건물을 해체했고, 국가유산청과 협의하며 기와, 석재 등을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이송했다. 오랫동안 낯선 땅에 있던 우리 문화유산이 드디어 돌아왔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우리나라는 해외에 약탈당하거나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20만여 점에 달한다. 특히 일제에 의해 약탈된 문화재는 10만 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국립도쿄박물관을 비롯해 여러 박물관, 도서관, 사찰 등에 우리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문화재 연구를 하려면 일본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많은 나라가 자국의 문화재를 약탈당했고 아직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흔히 문화재 약탈행위를 '엘기니즘'이라고 한다. 그리스와 영국 간의 '엘긴 마블' 분쟁에서 비롯된 단어다. 엘긴 마블은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상단 외벽을 장식하던 조각들이다. 19세기 초 그리스를 지배하던 오스만투르크 주재 영국대사였던 엘긴 백작 가문의 토마스 브루스가 자신의 저택을 꾸미기 위해 파르테논 신전의 일부를 떼어내 영국으로 가져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국 정부는 엘긴 마블을 구매해 대영박물관에 소장했고 엘긴 마블은 대영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물이 됐다. 그리스는 엘긴 마블의 반환을 수없이 요청했지만,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는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 한 집단의 구심체가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도 한다. 타국에 있는 문화재의 환수는 우리 정신을 되찾는 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하고,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문화재는 국가 간 협정을 통해 반환받는 것이 좋지만 쉽지 않다. 빼앗은 것이니 돌려 달라는 단순한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일본, 프랑스 등에 세계 각국에 문화재 반환을 요청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동안 약탈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물론 시민단체, 국민의 노력이 더해졌지만 이런 활동이 삼일절, 광복절 등에 반짝 관심을 받는데 그친 점이 아쉽다. 문화재환수전문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있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문화재 환수에 한계를 갖는다. 문화재 대부분이 아주 고가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절실한 이유다.


관월당 환수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작업이 일회성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선조가 남긴 소중한 유물들을 조속히 되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필수적이지만 학술 연구·국민적 관심·국제 여론 조성 등 다각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성과가 커진다. 문화재 환수에만 그쳐선 안된다. 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선 전시·학술 연구 등 환수한 문화재의 후속 작업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나아가 세계에 그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그게 한류(韓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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