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송 남관미디어아트홀은 지난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지역문화 활력 촉진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청송 남관미디어아트홀. 미디어아트홀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면 먼저 관람객이 입력한 텍스트를 남관의 문자추상 화풍으로 변환해서 보여주는 인공지능 체험 키오스크를 만난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청송 남관미디어아트홀 복도에 붓과 물감 등 남관의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청송에서 태어난 세계적 예술 거장
예술·생활을 하나의 뿌리로 융합
그 정신 깃든 '남관생활문화센터'
대전초 리모델링해 2021년 개관
군민들 중심으로 문화 활동 활발
작년엔 年 방문객 1만명 넘기기도
남관생활문화센터는 폐교된 부남면 대전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2021년 개관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목 남관(1911~1990) 화백을 기리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주민과 동아리의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청송군 부남면 화장리에서 태어난 남관은 부남보통학교와 청송공립보통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1925년 14살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중학교와 도쿄 태평양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후나오카상, 미츠이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해방 후 귀국해 숙명여대와 홍익대에서 강의했으며, 1954년 프랑스 파리로 떠나 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에서 수학하며 창작에 매진했다. 1958년부터 파리의 권위 있는 초대전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 초대됐고, 1966년 뷔페, 타피에스 등이 참가한 프랑스 망통국제회화비엔날레에서 '태양에 비친 허물어진 고적'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1968년 귀국 후 홍익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했고 1974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1981년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1990년 봄, 삶을 마감한 남관은 부남면 화장리 고향으로 돌아와 안장됐다. 그해 가을 대한민국 예술원상이 추서됐다. 그의 작품은 파리국립현대미술관, 파리시립미술관, 룩셈부르크현대미술관, 토리노국제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가스통 딜(Gaston Diehl)은 남관에 대해 "서양문화를 흡수하고 또한 동양 문화의 어느 일부조차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동·서 문화를 완전히 분리시킴과 동시에 융합시키는 거의 유일무이한 대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예술적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남관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작품의 주역은 언제나 인간입니다. 그것도 아주 비참한 인간상입니다. 이는 6.25전쟁을 겪고 나서 뚜렷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인간상 속에 있는 생명의 영원성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는 또 "예술작품의 모티브는 평범한 것에서 출발"한다고도 했으며, "인간의 예술행위는 문화 전반을 생각한다면 그 중의 아주 조그마한 일부분"이라고도 했다. 그의 예술적 성취의 바탕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민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남관의 말을 곱씹어보면 세계적 작가의 '예술세계'와 지역주민들의 '생활문화'는 비범함과 평범함으로 '분리'되지만 동시에 삶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융합'됨을 알 수 있다. 남관의 고향 청송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장소가 바로 남관생활문화센터다.

남관의 작품과 기법의 변화를 시대에 따라 청송풍경, 색채추상, 군상, 문자추상 등 4부로 나눠 구성한 미디어아트 작품.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청송 남관생활문화센터 2층 미디어아트홀에서는 남관의 작품을 남관의 작품과 기법의 변화를 시대에 따라구성한 미디어아트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본관 1층에는 기획전시실, 동아리연습실, 개인 음악연습실 등이 있다. 2층에는 미디어아트홀, 대회의실, 소회의실, 단체 음악연습실이 있다. 별관에는 지역민들의 체육활동 증진을 위한 탁구장과 요리수업 및 레시피 연구가 가능한 오픈키친이 있으며, 공예체험을 할 수 있는 공예카페 '학교종이 땡땡땡'이 있다.
본관 2층 남관미디어아트홀은 지난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지역문화 활력 촉진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미디어아트홀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면 먼저 관람객이 입력한 텍스트를 남관의 문자추상 화풍으로 변환해서 보여주는 인공지능 체험 키오스크를 만난다.
붓과 물감 등 유품들이 전시된 복도 끝에는 남관의 생전 사진과 영상, 음성파일을 기초로 그와 닮은 배우가 출연해 만든 실사 홀로그램이 있다. 홀로그램의 안내를 받아 아트홀로 들어가면 남관의 작품과 기법의 변화를 시대에 따라 청송풍경, 색채추상, 군상, 문자추상 등 4부로 나눠 구성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볼 수 있다.
미디어아트 관람이 끝나면 문자추상을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터치하며 조형적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인터랙션 체험이 이어진다. 남관미디어아트홀 상설전시작 관람에는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남관생활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청송문화관광재단은 지난해 미디어아트홀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공동협력전시 '헤어짐의 단상, 새로운 만남 展'을 열었으며, 올해도 지난 15일부터 'MEDIA ART : 상상, 그 너머의 세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프롬(이수진)의 '그 너머 공간으로의 초대'(3′45″)와 슬릿스코프(김제민, 김근형)의 '루덴스토피아'(4′36″) 등 2편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관람객이 현재 전시작 외에 남관화백의 작품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작을 감상하고 싶으면 1층 관리사무실에 요청하면 된다.
그 동안 남관생활문화센터에서는 남관특별전Ⅰ'고향에 돌아오다, NAMKWAN 청송의 특별한 이야기', 남관특별전Ⅱ '남관-아름다운 귀향', 남관특별전Ⅲ '프랑스가 사랑한 화가 남관' 등 남관특별전이 3차례 열렸으며, 김상희 공예전 '미를 찾는 공예페인팅의 세계', 청송미술협회 회원전, '사과밭' 윤희 개인전, 청송사랑 대구·경북 학생 미술·서예 공모전, 청송관광사진전국공모전 수상작 전시 등도 열렸다.

청송 남관생활문화센터는 폐교된 부남면 대전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2021년 개관했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목 남관(1911~1990) 화백을 기리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주민과 동아리의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올해 개관 5년째를 맞은 청송 남관생활문화센터. 예술과 생활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주민들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남관생활문화센터는 청송군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대관을 하고 있다.
개인 대관 외에 매년 2월부터 12월까지 서각, 서예, 색소폰, 기타, 한국화, 서예, 천아트 등 청송문화원의 문화 강좌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오픈키친에서는 매년 군민들을 위한 레시피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베이킹 및 한식 레시피 교육이 총 40회 운영됐으며 지난해에는 '종가 음식의 맛과 멋을 느끼다'가 9회 운영됐다. 청송문화관광재단은 올해 하반기에도 주민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 오픈키친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가 있는 날 행사도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구석구석 문화배달 '남관패밀리데이'가 세 차례 운영돼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올해는 2025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산소카페 문화나들이'가 총 8회 운영될 예정이다. 1회 행사는 지난 6월25일 열렸으며, 오는 8월2~3일과 30~31일에 열리는 2~5회 행사는 물놀이장, 인형극, 공연, 체험코너 등으로 운영된다. 6~8회는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남관생활문화센터에 앞서 청송군이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한 문화시설로는 진보면에 있는 군립청송야송미술관과 객주문학관이 있다.
2005년 개관한 야송미술관은 3개의 전시실과 야외조각 전시장, 미술도서관, 미술교육장으로 구성돼 있다. 청송 출신 한국화가 야송 이원좌 화백의 가로 46m, 세로 6.7m 대작 청량대운도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진보 출신 소설가 김주영의 역사 소설 '객주'를 테마로 한 객주문학관은 문학애호가들과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 두 곳과 비교하면 남관생활문화센터는 군민 스스로 주체가 돼 만들어가는 문화 활동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는 곳이다.
올해 개관 5년째를 맞은 남관생활문화센터는 감상과 창작, 예술과 생활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주민들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개관 초기인 2021년과 20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 등으로 연간 방문객이 3천명 대에 머물렀으나 2023년에는 6천3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총 536건의 대관 운영이 있었으며 방문객은 1만 명을 넘어섰다.
청송문화관광재단 서정민 사업운영팀장은 "지금까지 정부와 광역 사업이 많았으나 앞으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춰 맞춤형 문화 사업을 더 많이 개발, 운영하는 데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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