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사기(詐欺) 풍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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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6 07:48  |  수정 2018-01-26 07:48  |  발행일 2018-01-26 제8면
[변호인 리포트] 사기(詐欺) 풍경 (3)

언론과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강도, 살인, 강간범의 외모는 신체적, 정신적 특징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생래적 특징을 띠고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의 주요 학설(롬브로조의 생래적 범죄인설)이 미국의 사회학자들(시카고학파)에 의해 반박당하기 전까지 유럽을 풍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기꾼은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가. 사기꾼의 마수를 피할 묘책은 무엇인가. 불행히도 사기꾼을 외형상 식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다음의 정형적 행위패턴을 숙지해야 한다.

사기꾼은 비범한 관상을 띤 경우는 적고, 오히려 순진한 인상도 많으므로 외모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사기꾼은 관계를 이용하므로,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가 90%다. 나머지 10%는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하는데 강연회, 설명회, 신문광고, 전단, TV 출연을 통하거나 이용한다.

사기꾼은 상대를 정확히 알고 덤빈다. 필요 시 외모, 학력, 외국어 능력 등을 자유자재로 변용한다. 또 유인에 필요하다면 가짜명함, 정·재계 인사와의 사진, 상당한 금액이 찍힌 통장, 외제차 등을 활용한다.

사기는 지인 간에는 구술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친하지 않은 경우 다수의 문서가 제시되거나 작성된다. 이로써 피해자는 사기당하지 않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며, 사기꾼은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약속과 (허울뿐인) 담보를 제공한다.

완전한 사기기수에 도달하기 전에는 연락이 무척 잘되며, 개인 간 경조사에서도 대담한 친밀함을 보이므로 조기에 발을 빼기 쉽지 않다. 사기꾼은 경과에 대한 장악력이 높다. 초기에는 이익금이 차질 없이 지급되므로 피해자는 더 큰 투자금을 친인척으로부터 조달해 스스로 화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사기행각은 다수인이 협력관계로 공모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때로 피해자의 지인도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바람잡이가 돼있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핑계를 대는 순간이 오는데, 여전히 이익을 약속하며 말미를 달라고 하는 때가 바로 고소해야 할 때다. 문제해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은폐술과 도주책략에 불과한데, 피해자는 방심하고 때를 놓친다. 민사소송은 진입단계부터 장애가 많고, 승소해도 판결문은 집행불가의 휴지 조각과 같다. 피고불특정과 송달불능은 그간 피해자가 사기꾼의 이름도, 주소도, 전화도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소해 형사절차로 들어선 경우 이제 사기꾼은 기발한 변론을 구사한다. 1단계는 줄 돈이 없다는 것(이미 돈을 다 주었거나 책임질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는 주장), 2단계는 애초에는 지급능력이 되었는데 불가항력적 후발사유가 발생했고, 본인도 피해자라는 것, 3단계는 피해자도 손실을 예상하고 투자했으므로 속지 않아 기망이 아니라는 것.

이러한 단계별 연막작전을 예상하지 못한 피해자는 속이 터질 지경이며, 객관적 증거자료를 준비해두지 않았으므로 불리한 상황에 빠진다. 어차피 일이 터졌다면 필요한 것은 증거와 형사변호사 조력인데, 증거는 없고, 수사기관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믿고 안이한 대처를 한다. 무혐의라면 그래서 억울하고, 기소해도 돈을 찾지 못해 억울하다.

지난해 6월15일 같은 농아인에게 속아 97억원의 돈을 건넨 피해자 154명 중 1명은 투신하고 말았는데, 언어장애까지 있던 피해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는 과정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다음 호에 계속)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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