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인사이드] 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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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2   |  발행일 2020-02-22 제22면   |  수정 2020-02-22
"봉필 받은 대구영화…제작역량 꽃피울 지원 현실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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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희 대구경북 영화영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석권으로 높아진 영화에 대한 관심이 이제 지역 영화의 현실과 미래 비전을 위한 방향으로 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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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카데미 4관왕의 '봉필'을 받아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이제 봉준호 감독에서 지역 영화의 열악한 현실로 카메라의 초점을 돌려야 합니다."

19일 오오극장에서 만난 서성희 대구경북 영화영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구는 영화인들의 제작 역량이 뛰어나지만, 행정적 지원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대구 출신에 맞춰진 봉 감독의 스포트라이트를 대구 영화 영상의 현재와 발전 방향에 비춰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학벌과 가난 등 자신을 키운 것은 팔할이 '결핍'이라고 스스로 말하지만, 서 이사장은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그는 '봉필'을 받으면서 대구 영화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덕분에 좀 더 바빠졌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영화 영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오오극장 대표,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영화평론가 등 지역 영화계에서 가진 그의 직함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봉필이 대구 영화계와 5주년을 맞은 대구독립영화전용상영관 오오극장의 현재를 조명하고, 보다 나은 영화 제작 인프라를 갖추는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하며 그와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았다. 하지만 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계 최대 이슈인 봉 감독의 수상에 관한 그의 생각이. 또 그게 이슈가 될 때 끓어오르는 언론의 속성인 것도 굳이 부인하지 않겠다. 봉 감독 이야기로 대화의 창을 열었다.

지자체 지원 인천은 3억원 대구는 고작 7천만원
지역 영화인 역량 뛰어난데도 환경 여전히 척박
광역시 중 유일하게 영화 후반작업도 불가능

봉준호 감독 섬광처럼 나타난게 아냐
제대로 된 제작인프라 받쳐준다면
가능성 큰 지역 영화인들 손에서
모두가 놀랄 작품 탄생할 것

▶봉 감독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 보면서 영화인으로서 기쁘고 큰 자부심이 들었을 것 같다.

"TV를 보다가 환호성을 지른 것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처음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소리치고 작품상에 기생충이 불릴 때는 거의 공중부양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Parasite(기생충)'가 네 번 불릴 때 어땠나. 국내 영화인뿐 아니라 세계가 깜짝 놀랐는데.

"처음 받은 상이 각본상이었는데, 자부심이 컸다. 한국 영화가 사실 시나리오에 맹점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신파조로 흐르고, 군더더기가 많으며, 아이디어가 없다는 이유가 뒤따랐다. 그런데 각본상이라는 건 영상 언어의 플롯 구조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므로 너무 기뻤다. 국제영화상은 많은 영화인들이 예상했던 결과였고, 감독상을 받을 때는 얼떨떨했다. 플롯 구조의 영상화를 인정받은 상으로, 기적을 다 보여준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작품상은 고백컨대 상상도 못했다. 솔직히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을 보고 난 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917은 놀라운 카메라 테크닉을 보여줬고, 심지어 그동안 아카데미가 선호해 왔던 영웅 서사를 바탕으로 한 전쟁 영화였기 때문이다."

서 이사장은 "봉 감독은 섬광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 기반을 다져왔고 그동안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문을 두드려왔다. 언젠가 세계시장에서 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좋은 작품으로, 생각보다는 너무 크게 그 힘을 분출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구 영화인들에 대한 자랑을 늘어 놓았다. "대구 영화계에서도 최근 3~4년 새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구, 이 동네 왜 이러냐'라고 놀랄 정도로 뛰어난 연출과 작품성으로 부산·전주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있다."

▶대구는 영화 불모지에 다름없다고 하는데, 대구 감독들의 작품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할 만큼 소위 '잘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가난한 집 형제들이 우애가 있듯, 척박한 영화 토양에서 지역 영화인들이 품앗이로 힘을 모아 영화를 만들고 있는 그 끈끈함이 대구 영화의 저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감독이 영화 찍을 때 다른 감독들이 스태프로 참여해 주는 식이다."



그는 실상 대구 영화의 현실은 척박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국내 영화산업 육성 체계가 워낙 잘 잡혀 있다는 것. "국내 영화 생태계는 크게 △영화 인재 양성 △제작 지원 △배급 △상영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구는 이 시스템을 본보기로 삼아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 영화인프라 중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영화생태계 조성에 있어 1번은 인재 양성, 2번은 제작 지원이다. 대구는 전문적인 영화교육을 받을 대학이 한 곳도 없지만,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5천만원을 지원받아 영화아카데미 격인 '대구영화학교'를 설립했다. 예산 등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지역 영화 후진 양성의 첫 걸음을 뗐기 때문에, 가장 부족하고 절실한 것은 제작지원이라 생각한다. 대구는 저예산 영화에 대한 예산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시 규모가 비슷한 인천은 3억원에 육박하는 데 비해, 대구는 7천만원에 그친다. 장편 한편 찍는데 2천만원 지원해 주는데, 이걸로는 사실 찍을 수가 없다. 대구시에서 제작지원금을 2억~3억원 수준으로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대구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영화 후반 작업을 할 수 없는 도시라는 얘기도 들었다.

"색 보정, 사운드 믹싱 등 후반 작업(포스트 프로덕션) 시설과 인력이 없어 대구 영화인들은 서울·부산 등 타지로 갈 수밖에 없다. 이 부족한 제작 인프라를 채우기 위해 올해 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12억원 규모의 영진위 '지역 영화 후반 작업 시설 구축지원' 사업에 공모 신청을 한다. 3월에 신청하고 4월에 공모 결과가 발표된다. 대구가 유능한 영화인들이 적지 않은데 광역시 중 유일하게 없다 보니 분위기는 괜찮다. 기도가 필요한 일이다. 후반 작업 구축지원 공모에 선정된다면 지역 영화인들이 시나리오 작업,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 같은 공간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대구 유일의 독립영화 전용상영관 오오극장이 5주년을 맞았는데, 특별히 준비하는 기획전 등이 있는지 궁금하다.

"오오극장은 영진위로부터 운영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올해 40% 정도 줄어들었다. 지원받는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이 지난해 5곳에서 올해 8곳으로 늘어났는데 총액은 동결이라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위기를 호기로 바꿔야 한다. 전국에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이 늘어나면서 운영지원금은 줄었지만 배급할 장소가 증가했기 때문에 이들 상영관과의 협의체를 대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새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 '커뮤니티 시네마' 운영 활성화를 통해 시민공동체에 보다 깊게 스며들어 영화로 시민들을 위로하고, 영화로 사회적 욕구를 해소하는 기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어 서 이사장은 대구영화계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한 다부진 각오도 밝혔다. "대구 영화창작 인력의 가능성을 믿는다. 대구가 놀랄 만한 작품이 그들의 손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그들이 찍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찍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제대로 인프라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한걸음 한걸음 뒤에서 받쳐줄 생각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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