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스크로 '희망 고문'…우체국·약국 찾았다가 '헛걸음'

  • 노진실,정우태,정지윤,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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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8 07:14  |  수정 2020-02-28 08:47  |  발행일 2020-02-28 제4면
판매 발표 미리해놓고 물량공급 안돼 혼란
판매처마다 아침부터 긴줄…공적 물량 전달받은것 없어 난감
26·27일 허탕친 시민들 "내 돈으로 마스크도 못 사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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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도 지역 우체국에서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3동 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긴 줄을 만들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최근 정부의 설익은 '마스크 행정'으로 인해 지역민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적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에는 마스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탓에 지역민들이 여러 차례 헛걸음을 해야 했던 것.

여기에다 26일부터 각 지자체가 세대별로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는 것까지 겹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또 세대별로 나눠주는 수량도 제각각이어서 불필요한 오해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적 마스크' 없어요.

27일 오전 11시쯤 찾은 중구 반월당에 위치한 한 약국. 약사에게 '정부에서 지원되는 물량은 없냐'고 질문하니 그는 "오늘 손님마다 그런 문의를 하는데,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았다는 김희정씨(여·31)는 "오늘부터 공적 배부가 시작된다고 들었는데 헛걸음만 했다"면서 "이렇게 갈팡질팡해서야 정부의 지침을 믿을 수가 있겠나. 비싼 가격이지만 가족들이 쓸 마스크를 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약국. 약국 안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32)는 "최근 점심시간에 약국을 돌며 마스크 재고가 있는지 찾곤 한다"면서 "오늘 정부에서 마스크를 배포한다고 들어서 나왔는데, 약국에서도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 했다. 해당 약국의 직원은 "오늘 거래처에서 겨우 몇박스 확보했다. 정부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배분하겠다고 한 물량과 관련, 언제 얼마에 나눠주는지 전달받은 것이 아직 없다"고 했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범어동 소재 약국 4곳은 공통적으로 "오늘 오후나 내일 오전 정도에 (정부가 말한) 마스크가 들어오리라 예상하면서 약사회 공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 약사는 "시민들이 정부 발표를 보고는 마스크가 들어왔는지 문의 전화를 하더라. 아침부터 받은 문의 전화가 수십 통"이라고 했다.

조용일 대구약사회 회장은 "27일 오후 대구지역에 공급차량이 도착하며, 내일(28일)부터는 각 약국에 배분될 예정"이라며 "그렇게 되면 보건용 마스크 가격을 지금보다 저렴한 1천500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정부 발표가 너무 빨라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 '마스크' 희망고문하나

27일 오후 5시부터 대구와 청도 우체국 창구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1인당 5장씩 판매한다고 알려지자, 우체국마다 5시 훨씬 전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지난 24일 대구의 이마트 점포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높았던 당시 상황과 비슷한 모습이 대구와 청도의 각 우체국에서 연출됐다.

대구 수성우체국에는 오후 3시쯤부터 시민이 줄을 서기 시작해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5시에는 600여명이 몰렸다. 우체국 측은 대기하는 시민에게 차례로 번호표를 배부했지만, 먼저 온 시민은 번호표와 마스크를 교환하기 위해 2시간여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김모씨는 "이마트의 판매방식이 시민들을 한꺼번에 모아 오히려 감염 위험에 노출시켰다. 이를 개선한다고 한 게 이 방식이다.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구와 청도의 우체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대거 모이면서, 도대체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역민들의 '마스크 희망고문'이 이틀째 이어진 것이다.

최근 대구에선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마스크 구매를 위한 위험한 '줄서기'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 25일 정부는 "26일부터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26일 공적 판매처에서 마스크를 수월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민들은 대구 하나로마트 등에서 이른 새벽부터 기다렸지만, 물량이 준비 안된 탓에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한편 달성군은 26일부터 확진자 등이 나온 아파트나 주택에 우선적으로 10매(세대별)를 , 달서구는 이날부터 세대별로 2매, 서구는 1매, 수성구는 2매를 나눠줬다.

지자체 관계자는 "구청에 따라 확진자가 나온 곳에 먼저 공급하는 곳도 있고, 소량 공급한 뒤 추가 공급하려는 곳 등 사정이 달라서 배부 수량이 다른 것"아라고 설명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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