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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人사이드] 설립 10주년 맞은 대구 출판사 '한티재' 오은지 대표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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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2   |  발행일 2020-05-02 제22면   |  수정 2020-05-02
"책장 넘기는 매력을 아는 독서층 여전…종이매체 사라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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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한티재' 사무실에서 만난 오은지 대표가 신간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 〈한티재 제공〉

"대구에 이렇게 출판사가 있어서 좋다는 분들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의무감과 책임감 같은 게 생겨났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응원이 10년을 오게 한 동력이 된 것 같아요."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출판사 '한티재' 사무실에서 만난 오은지 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2010년 대구에서 문을 연 한티재는 지난달 12일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화하고, 또 쉽게 들고 나는, 부침이 심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한 업종을, 그것도 비수도권 지방 도시에서 10년 동안 유지해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한티재'는 '학이사'와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양대 출판사 중 한 곳이다. 불청객 '코로나19'가 대구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비로소 안정을 찾은 지난달 중순, '한티재' 사무실을 찾았다. 봄 햇살이 쏟아지는 아담한 규모의 한티재 사무실에 들어서자 책장 가득 종이책들이 기자를 반겼다. 오은지 대표와 '대구에서 출판사 경영 10년' '한티재가 사랑한 책들' '종이책의 미래'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파주에 출판 인프라 몰려있어
지방도시 출판사 물류·유통에 한계
2010년 설립 후 매년 10종 꾸준히 내
9쇄까지 찍은 '한국탈핵' 스테디셀러
대구서 펴낸 양서 대구서 적극구매
지역 公기관·도서관 노력 기울여야


▶한티재가 어느새 설립 10년이 됐다. 출판사 설립 계기와 소회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1993년 서울의 대형 출판사에 취직해해보니 책 만드는 일이 잘 맞고 재미가 있었다. 출판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하고 나서 대구에 내려와 한동안 주부로 살았다. 육아와 가사일을 하면서도 출판 관련 일을 계속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러던 중 2010년 한티재('한티재'는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소설 '한티재 하늘'에서 따왔다)의 문을 열게 됐다. 출판을 통해 뭔가 대단한 것을 한다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다시 한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그래서 큰 욕심 없이 한티재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꾸준하게 책을 내다보니 어느새 10년이 됐다. 책을 낼 때마다 주변에서 응원과 격려를 해준 것이 많은 힘이 됐다."

▶비수도권 지방도시인 대구에서 출판사 경영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서울과 파주 등의 지역에 출판 인프라가 몰려 있는 상황인데, 대구에서 출판사를 경영하며 고충은 없었나.

"지역에 있는 출판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물류나 유통 등의 문제다. 출판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이나 파주에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방의 작은 출판사들은 기획과 편집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과 물류, 유통 등의 작업은 파주 등 수도권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의 공공기관과 공공도서관 등이 지역에서 출간되는 도서를 구입하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에서 출판되는 좋은 책에 지역 도서관이 관심을 기울이고, 도서관 행사 등에서 지역민이 지역의 좋은 책과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지역에서 좋은 책이 계속 기획되고 만들어질 수 있다."

▶10년 동안 한티재에서 많은 책을 출판했고, 개인적으로도 한티재에서 나온 책 몇 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 발간된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도 무척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민에게 소개하고 싶거나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

"지난 10년 동안 한티재를 통해 출판된 책이 총 108종이다. 1년에 10종 정도 출판한 셈이다. 책 한 종당 편집 기간이 짧아도 두 달 정도 걸린다. 책을 많이 내려고 욕심을 낸 것은 아닌데, 워낙 훌륭한 저자들이 좋은 원고도 많이 주시고 해서 꾸준히 출판할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을 꼽자면 김익중 선생님의 '한국탈핵'과 염무웅 선생님의 '문학과의 동행' 등이 있다. '한국탈핵'의 경우 2013년 첫 발간돼 최근 9쇄까지 찍어낸 한티재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한국의 위험 정도, 원자력의 대안 등 원전과 관련된 이슈 전반을 두루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한티재의 출판 철학과도 잘 맞았다. 또 2018년 발간한 '문학과의 동행'은 평소 존경하던 염무웅 선생님의 책이라서 의미가 남다르다. 용기를 내서 선생님 책을 내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원고를 주셨다. 그분의 원고를 교정봐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출판일을 하면서 느낀 나만의 행복이었다. 이밖에도 성 소수자와 그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 '커밍아웃 스토리'도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다. 외국에서도 번역 출간 문의가 올 정도로 관심을 끈 책이다."

▶한티재는 특히 인문·사회 분야 책들을 많이 펴냈다. 출판 철학이 있다면.

"책이든 무엇이든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만든 결과물이 이 세상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일을 한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그리는 게 다르겠지만, 저희는 이웃과 같이 살고, 사람과 환경이 함께 어울려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한다. 우리 출판사가 만드는 책이라면 이왕이면 지금 우리나 미래 세대에게 '같이'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

▶책이나 신문 등 '종이 매체'의 위기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출판업계에 오래 몸담은 입장에서 '종이책'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많았는데,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처음 출판사에서 일했던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확실히 종이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종이책의 매력을 알고 있고, 종이를 만지며 읽어야 책을 읽은 것 같다는 분이 있고, 종이책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독자들의 세대와 취향이 점점 변하고 있는 것에 출판사도 발걸음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 독자들은 스마트폰이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의 책을 선호한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얇은 책 시리즈'를 최근 부쩍 많이 선보이고 있다. 또 소장하고 싶은 아름다운 표지가 책의 구매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독자들의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 따뜻한 이야기,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는 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구에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하면서 지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출판업계도 상황이 힘들었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 분들이 늘면서 독서량이나 책 소비가 늘 것이란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책 소비가 줄어든 것 같다. 아무래도 경제가 어려워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불안감이 커지면서 책을 많이 못 읽는 것 같더라. 지금 모두가 힘든 상황이니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독자들이 예전처럼 서점도 자주 찾고 종이책도 많이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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