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언론신뢰도와 국가 추락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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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1   |  발행일 2020-07-01 제26면   |  수정 2020-07-01
英연구소 언론신뢰도 조사
한국 5년연속 최하위 기록
지역뉴스 관심도 역시 꼴찌
온라인 뉴스매체 난립으로
편향·선동·선정적 기사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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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 주요 40개국의 언론신뢰도 조사결과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이란 제목의 설문조사 보고서인데 한국은 이 조사에 포함된 2016년부터 5년째 줄곧 최하위다.

최하위 자체가 우선 큰 문제이고,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의 편향성 또한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해석 없이는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해결할 길이 없고 결국 정치·사회적 갈등의 해결 역시 요원하다.

설문조사는 영국의 전문업체인 유고브(YouGov)가 지난 1~2월 사이 e메일을 통해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언론의 신뢰도는 21%로 주요국 평균인 38%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일본의 37%, 미국의 28%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았다.

주요국 평균치는 지난해에 비해 4% 떨어진 것이고 한국은 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뉴스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가짜뉴스 접촉도가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고, 온라인 이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은 일찌감치 그 영향권에 들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뉴스 신뢰도의 추락은 온라인 뉴스매체의 난립과 그 매체들의 정치편향성과 상업성에 따른 편향·선동·선정적 기사 남발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사의 한국 내 협력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 공기업)은 조사결과 발표를 대행하면서 한국의 언론신뢰도 추락을 '자신과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뉴스 이용 편향성' 때문으로 해석했고 그 구체적 대상으로 '유튜브'를 지목했다.

한국의 유튜브, 특히 정치 유튜브가 활성화된 것은 2018년에 본격 개설되기 시작한 다음 해인 2019년, 즉 지난해부터였다. 그 원인은 정권과 반대 관점을 가진 정치평론가들이 정권이 출범한 2017년부터 각 방송에서 퇴출되면서 유튜브 채널 개설로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유튜브 이용자 수가 급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와 일치한다.

언론진흥재단의 해석이 맞으려면 유튜브의 활성화가 2016년 또는 그 이전부터 돼 있었어야 한다. 이 재단은 지난달 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붙인 제목에서부터 '편향적 뉴스 이용과 언론 신뢰 하락'이라고 해 역시 원인을 오도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 한국의 언론 신뢰도와 영향력 1위부터 상위권은 JTBC, KBS, MBC 등 방송사들이 차지했다. 인터넷 뉴스매체 난립에 따른 인쇄 매체에 대한 불신이 커져 상대적으로 거대 방송사들을 그나마 좀 더 의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 방송사 역시 필자가 활동하는 언론비평감시단체인 '미디어연대'가 '2020 총선 100일의 기록'이란 제목의 저서로 발간한 공영언론 모니터 결과에서 친정권 편향성이 심했고, 의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만큼 총선 영향력도 컸다.

언론진흥재단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편'을 앞서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미디어 이용 조사결과'와 묶어 다음 달 전문 발표한다고 한다. 이 역시 언론신뢰도 추락의 원인을 코로나19와 비판 매체들로 돌리려는가.

이번 조사에서 '지역뉴스 관심도' 역시 한국이 세계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가 그만큼 중앙집권적 국가이며 중앙정치세력과 정당의 권한이 극도로 비대해졌음을 의미한다.이를 견제하고 바로잡을 수단은 사실상 언론밖에 없다. 언론이 유착을 거부하고 저항하지 않을 때 정치 만능과 국민 분열, 지역 균형 발전, 나아가 국가 성장·혁신 동력의 추락도 해결할 길이 없다.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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