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안방 'K드라마 앓이'…일본선 4차 한류 붐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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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5   |  발행일 2020-09-05 제16면   |  수정 2020-09-05
언택트 문화소비 주축 넷플릭스 통해 영역 확장 가속
각국 언론 우수성 집중조명 "독창적이고 구조도 탄탄"
'겨울연가' '도깨비' 신드롬 계보 잇는 '사랑의 불시착'
젊은층 이어 K콘텐츠에 관심 없던 日 남성들도 '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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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콘텐츠 열풍이 재점화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에 이어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면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다시 한류 콘텐츠에 모이고 있다. 세계 각지의 언론들은 이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자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K-팝, K-드라마, K-무비 등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제4차 한류 붐이 시작됐다'는 평까지 내놓은 K-드라마를 주목해봤다.

◆넷플릭스 통한 K-드라마 열풍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감염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언택트 소비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유튜브 등 플랫폼은 승승장구했다. 특히 이미 포화상태인 미국과 유럽의 시장을 뚫고 아시아로 눈을 돌린 넷플릭스의 전략은 주효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시장에 주목한 넷플릭스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K-드라마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다양한 영상 콘텐츠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현시점에 국경과 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영상물의 우수성이 그들을 공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아시아권에서 가장 핫한 K-드라마는 한류 스타 김수현이 주연을 맡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 드라마는 홍콩,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7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는 2∼3위를, 브라질과 페루 등 남미 전역에서도 10위권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종합 순위에선 6위까지 올랐는데, 이는 한국 드라마로는 역대 최고 순위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봐온 K드라마와는 다르다"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분명히 다른 깊이의 드라마다" 등 실시간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외에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더 킹' '쌍갑포차' '우리, 사랑했을까' 등이 넷플릭스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각국의 언론들도 K-드라마의 우수성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매체 아이콘은 한국 드라마의 독창성과 탄탄한 구조를 칭찬하며, 이국적 매력과 함께 모던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균형 있게 조합해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건 '발리우드'로 대표될 만큼 자국 내 강한 문화 인프라를 갖춘 인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다. 넷플릭스는 인도의 유력 경제매체인 라이브민트의 기사를 인용해 인도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등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특히 '킹덤' 시즌2는 지난 3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인도의 '오늘의 Top 10'에 안착했고,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등도 매 회차가 상위권에 등극했다고 전했다.

◆일본, 제4차 한류 붐 시작

특히 주목할 건 일본이다. 일본은 자국 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산업으로서의 가치 또한 크게 손상됐다. 일본의 드라마 시청률도 최근 몇 년간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광고 시장마저 축소되면서 기존 방송 환경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예정되어 있던 방송 프로그램이 무기한 연기되고, 신작 드라마는 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빈자리를 꾀어 찬 건 한국 드라마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K-드라마가 한류 4차 붐을 일으키면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모양새다. 이번 한국 드라마 붐은 젊은 층과 함께 지금까지 한류 콘텐츠에 관심이 없었던 남성들에게도 침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때 한류 붐을 주동했던 '겨울연가'는 수신료를 내면 국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NHK'에서 방송되었다. 하지만 미디어 플랫폼의 경우 인터넷 환경이 요구되거나 유료로 가입해야 하는 등 일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청자들은 이제 능동적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길 원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쉬운 접근성 때문에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한류 콘텐츠의 변화에 더욱 주목하게 됐다. K-드라마가 일본에서 잇따라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특히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사랑의 불시착'은 가히 신드롬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낯선 북한을 배경으로 하면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로맨스를 더욱 애절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여기에 스릴러까지 가미한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 웅장한 로케이션 등의 적절한 조화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에 친근감을 가졌고 K-팝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에 정착하고, 지금은 기존 한류와 전혀 상관없는 세대·성별로까지 확대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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