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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소속 대구 북구갑 지역 지방의원(위)과 달서구갑 지역 지방의원 등(아래)이 공천에 반발해 각각 정태옥·곽대훈 당시 의원을 따라 탈당을 선언했다. |
<글 싣는 순서>
상 - 끊이지 않는 지방의원 자질 문제
중 - 국회의원 수족으로 전락한 지방의원
하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방의회가 가야 할 길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수족'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은 고질적인 문제다. 이들의 공천권을 국회의원이 쥐고 있는 한, 소신있는 의정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의정활동보다는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 챙기기에 더 열성인 지방의원들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이에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제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앙정치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4월 21대 총선을 치른 뒤 국민의힘 소속 일부 지방의원들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아닌 경쟁자들을 돕거나, 이를 위해 탈당하면서다. 이들은 2년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대구 달서구갑에서는 국민의힘(미래통합당) 홍석준 의원이 공천을 받자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곽대훈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에 송영헌 대구시의원, 안영란·김기열 달서구의원 등이 곽 전 의원과 동반 탈당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홍 의원이 당선됐고, 곽 전 의원을 도왔던 지방의원들은 향후 공천을 보장받기 어렵게 됐다. 홍 의원은 당을 떠난 지방의원들에 대해 복당 불허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북구갑에서도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의 공천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태옥 전 의원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원들의 행보도 엇갈렸다. 박갑상 시의원과, 이정열·송창주 북구의원 등은 정 전 의원을 따라 탈당했고, 김지만 시의원과 조명균·차대식·고인경 북구의원은 당에 남아 양 의원을 도왔다. 당시 탈당을 결정했던 이들은 전략 공천에 대한 반발이 주된 명분이었고, 당에 남은 이들은 '선당후사'가 명분이었던 셈이다.
동구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당선되면서 총선과 함께 실시된 재보궐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와 동구의회에 입성한 지방의원들은 향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선거 직전까지 당원협의회를 이끌던 김규환 전 의원이 공천을 했기 때문에 강 의원과는 별다른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당 소속 의원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도당의 징계를 받은 기초의원들도 있다. 지난 9월 국민의힘 경북도당은 "지난 7월 각 지역에서 기초의외 의장단 선거를 치르면서 기초의원협의회에서 합의 선출된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안동과 영주, 영양 지역 기초의원 8명을 징계했다.
안동시의회에서는 지난 7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권기탁 의원이 의장 선거에 나서 무소속인 김호석 의원과 9대9 동률을 이뤄 3차 투표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벌였으나 안동시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연장자인 김 의원이 당선됐다. 안동시의원 18명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12명임에도 무소속인 김 의원이 9표를 얻어 당선되자 김 의원을 지지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탈당 권유 또는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재형 영주시의원과 김형민 영양군의원도 탈당 권유를, 홍점표·김인숙 영양군의원은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에 징계를 받은 기초의원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이탈표가 발생해도 징계하지 않는 것처럼, 민의를 대변하는 기초의원이 투표권을 자유로이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재형 시의원은 "정치는 신의와 소신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며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기초의회 정당 공천제 폐지'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지방의원이야말로 대선·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바닥 민심을 훑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면서 "이들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고, 마땅한 대안 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제도를 조금씩 손봐서 공천을 좀 더 투명화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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