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문 부국장(이하 박)= 코로나19가 대학 교육 환경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현장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절실히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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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춘= 현 영남대 사범대학 학장 겸 교육대학원 원장. 교육학과 교수. 현 한국교육원리학회 회장. 전 교육부 차관. 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비서관. |
△김재춘= "저 같은 경우, 지난 1학기 영상 녹화 수업을 주로 했다. 학생들이 녹화 수업을 듣고 LMS(학습관리시스템)에 질문을 올리면 답하는 등 비실시간 상호작용 수업을 했다. 2학기에는 모든 수강생과 동시간대 실시간 수업을 했다. 특히 모둠별로 토론한 후 전체가 모여 모둠별 토론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교수가 보충 강의 또는 설명하는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1학기의 영상 녹화 수업보다 2학기 실시간 화상 강의가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김진형= "대학원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저는 수강생이 170명인 교양과목을 진행했는데, 원격이다 보니 학생들과 눈을 맞출 수도 없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알 수 없어 강의하는 데 흥이 안 났다. 그런데 채팅창은 좋았다. 대면 강의에는 학생들이 질문을 잘 안 하는데, 비대면 강의에선 그걸 이용해서 질문을 열심히 한다. 비대면 강의의 효과, 좀 더 섬세하게는 소그룹과 대형 강의에서의 효과 등에 대해 조사·연구를 하면 좋겠다."
김재춘 영남대 교수
일반대학원 온라인 석사과정 허용
세계 여러 대학들과 경쟁 가능해져
지식에만 몰두하면 사회와 괴리감
김진형 KAIST 명예교수
녹화영상 올리면 저작권 침해 소지
저작권료 예치금·보험제도 고려를
대학 혁신 위해 '자율적 경쟁' 필요
▶박= 대학에서 이뤄진 비대면 교육과 관련해 해외 사례 중 참고할 만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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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현 중앙대 석좌교수. 현 KAIST 명예교수. 과학기술한림원 종신이사. 전 <주>인공지능연구원 원장. 전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
△김진형= "2014년 시작한 미국 조지아공대의 컴퓨터과학 온라인 석사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4학기 온라인으로 교육받고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데 등록금이 훨씬 저렴하다. 좋은 대학인데, 컴퓨터과학이라는 기술 분야에서 1만 명 단위의 석사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 놀랍다. 제 살 깎아먹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학교 측은 새로운 시장이라고 주장한다. 대학에선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등록한다고 자랑한다. 우리 대학들도 이 학위 과정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김재춘= "조지아공대의 온라인 석사과정은 좋은 사례다. 오프라인 과정 등록금은 2만(해당 주 출신)~3만달러(타 주 출신)인데, 온라인 과정등록금은 오프라인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온라인 석사과정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명문대인 조지아공대의 대학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학생 300명 이상의 대형 강의는 여러 명의 강의 조교(TA)가 함께한다. 조지아공대의 온라인 석사과정도 초창기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수업하면서 9명의 조교를 활용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대면 수업의 질 관리를 위해선 수강생이 많은 강좌는 강좌를 지원할 복수의 조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수 혼자 많은 수강생이 있는 강좌를 비대면으로 하면 강의의 질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문제는 대면 강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국내에서도 사이버 대학이 아니더라도 특정 학과에서 온라인 기반 학생 모집으로 발전 가능할 것 같다.
△김재춘= "교육부가 매우 혁신적인 정책 방안을 내놨다. 일반대학원에 온라인 석사과정을 허용했고, 사이버대학에는 온라인 박사과정도 열어놨다. 학부에선 전체 수업의 20%까지만 온라인수업을 할 수 있었는데, 이런 규정을 없애고 각 대학이 학칙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이론적으로 대면 수업을 한 과목 이상 들으면 나머지 수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듣고도 일반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도 온라인 학위 과정으로 전 세계 여러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난여름 교육부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학생의 72% 정도가 비대면 수업에 만족스럽다고 했다. 우리도 이제는 비대면 수업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김진형= "다만 비대면 수업의 심각한 문제점을 하나 지적하고 싶다. 인문사회 계열 강좌는 대부분 말로 설명하고 토론하면 될 것 같은데, 이공계의 경우 실험을 해야 하는데 비대면으로는 쉽지 않다. 강의도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대면 수업에서 잠깐 동영상을 보여주는 건 저작권법이 공정이용에 해당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녹화해 유튜브 등에 올리면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 권리 보호와 공정이용 확산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저작권 침해 여부는 법정에서 최종 판단한다. 비대면 수업에 있어 교수가 느낄 불안함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으면 한다. 저작권료 예치금 제도나 보험제도 등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박= 대학은 학생을 가르치는 장소에서 더 나아가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지역 사회 혁신 주체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아직 그런 역할이 부족하다.
△김재춘= "그 문제는 결국 대학이 지식 전달만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발생한 것이다. 학문적 지식 전달만 강조하면 대학과 사회와의 괴리가 커진다. 반면 대학에서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을 강조하면 지역 사회와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역량은 뭔가 직접 해볼 때 길러질 수 있다. 역량을 기르려면 지역 사회에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하고 토론하게 된다. 이런 방향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학이 미국의 애리조나 주립대학(ASU)이다. ASU는 스탠퍼드·MIT 등 쟁쟁한 대학을 제치고 혁신대학 1위 자리를 여러 해 동안 차지하고 있다."
△김진형= "저도 지식 전달보다는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 어떤 학문과 기술의 바탕이 되는 지식의 덩어리(Body of Knowledge)라는 게 있다. 그러나 지식의 양이 2년에 2배로 증가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지식의 덩어리 교육도 정제해서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 창출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옛날 것을 배우는 시간은 줄여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교과과정의 현행화에 매우 게으르다. 학생들은 옛날 지식만 배우고 나간다. 세상을 바꾸는 컴퓨터·인공지능 등의 범용 기술을 학교에서 배우고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 대학들은 직무 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 학과 칸막이가 높은 것도 혁신 주체가 되기 어려운 이유로 보인다. 그 결과 새로운 학과가 생기기 어렵고 대학 발전을 막고 있다.
△김재춘= "애리조나 주립대학 사례를 보면 매우 많은 학과가 통폐합됐다. 교수들도 분리된 학과 체제에서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하기보다는 우리가 실제 삶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합적 연구를 수행한다. 심리학을 위한 심리학 연구, 사회학을 위한 사회학 연구가 아니라 각 프로젝트와 관련된 융합적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심리학 연구, 사회학 연구 등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 수행에 심리학적, 사회학적 기여를 한다. 이런 방식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도 이런 식의 방향 전환이 자신들의 진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진형= "대학이 교육을 큰 단위로 운영했으면 좋겠다. 학생이 입학하면 큰 영역 단위로 공부를 하다가 세부 전공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 이렇게 되면 교수들도 경쟁하고, 인력 재배치 등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일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기업도 업무 효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원격근무는 일상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직원 채용에 있어 글로벌 수준의 경쟁을 해야 하고, 프리랜서가 일상이 되고 대부분 노동자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다. 대학을 비롯한 우리 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커다란 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박= 대학 교육 혁신을 위해 국가에서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도 있다. 초·중·고에 비하면 대학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지원은 부족한 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교육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김재춘= "사학이 대학 교육의 80%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사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지원하지 않냐고도 할 수 있지만, 국가장학금은 국가가 소득이 낮은 가정의 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하는 제도이지 대학에 추가로 재정을 지원해주는 게 아니다. 게다가 대학 정원도 계속 줄어들고, 교육부 규제로 사학은 등록금 인상도 할 수 없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변화로 많은 재정 투자가 필요하지만, 사립대학의 교육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진다. 대학에도 초중고처럼 경상운영비 일부라도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국립대학에만 경상운영비를 100% 지원하고 있다. 국립대학은 매년 인건비 인상분도 100% 지원한다.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에도 '뉴노멀'이 필요해 보인다."
△김진형= "선진국에선 3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 현실에서 모든 대학을 어떻게 지원해주겠는가. 혁신을 촉진하는 최선의 방법은 공정한 자율적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독이 된다. 정부가 사립학교의 등록금을 통제하거나 지원금을 미끼로 입시나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 교육 혁신방안에 대한 논의를 속히 시작해야 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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