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평지 걸어도 숨 차다면 금연 필수…폐기능 빠른 저하 막을 수 있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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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3 07:54  |  수정 2021-02-23 07:56  |  발행일 2021-02-23 제17면
발병 초기엔 증상 없거나 기침·가래만 생겨
일생생활 못할 정도로 호흡곤란 악화 가능성
주 2~5일 적절한 유산소 운동도 예방에 도움

A(65)씨는 점점 심해지는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루 한 갑씩 25년간 담배를 피워오다 가래가 많아지면서 5년 전쯤 끊었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동안 기침·가래가 시작됐고, 금연 이후에도 기침·가래가 지속되던 중 서서히 호흡곤란이 시작된 것. 오르막을 올라갈 때 숨이 차다가 최근에는 평지를 걸어도 힘든 느낌이 들었고, 결국 병원을 찾은 것.

흉부 X선 사진과 전산화 단층촬영(CT)에서 검게 공기가 가득 찬 모양인 폐기종이 확인됐고, 폐기능 검사에서 호기(내쉬는 숨) 시 폐쇄성 기도 제한이 있어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진단받았다. 현재는 진단결과에 따라 기관지 확장 흡입제를 처방받아 현재 사용 중이고, 이후 호흡곤란이 약간씩 감소되고 있다. 또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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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대병원 김은진 교수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오랜 기간 유해한 가스·입자·담배연기 등을 흡인, 기도(기관지)에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 폐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대부분 흡연과 연관이 되어 있다. 그 외에도 임신 중 흡연, 소아기의 천식 혹은 폐질환 등으로 폐 성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직업성 분진이나 화학물질, 실내 외 대기오염, 만성 기관지염이나 호흡기 감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대표적인 주요 증상으로는 기침·가래·운동 시 호흡곤란 등이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기침·가래만 보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속되는 기침·가래를 보이고 흡연한 적이 있다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초기증상이 아닌가 의심해 볼 수 있다. 보통 이 질환은 서서히 진행되는 탓에 호흡곤란도 서서히 악화된다. 간혹 '급성 악화'로 갑작스럽게 나빠지는 호흡곤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는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 정도로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매우 진행된 경우나 급성으로 악화된 경우에는 가슴에서 쌕쌕거림(천명음)이 나타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김은진 교수(호흡기내과)는 "흡연을 하고 있거나 과거 흡연력이 있는 40세 이상의 성인인 경우, 만성적인 기침 혹은 가래를 가지고 있다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아닐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폐기능 검사에서 폐활량의 70% 이상을 1초 내에 내쉴 수 있어야 정상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 기도 폐쇄가 있다고 말하고, 이를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호흡기 질환 예방이 중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처음에는 운동을 해야 숨이 차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다가 결국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호흡곤란이 악화될 수 있다. 이 정도로 나빠진 경우에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점차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했다.

또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다른 전신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심부전·심근경색·폐동맥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우울증, 수면장애, 골다공증, 폐암, 전신 쇠약 등을 흔히 동반할 수 있고, 이런 합병증으로 인해 예후는 더 나빠지게 된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와 진단으로 사망률 분석에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고 또한 과소평가되고 있다. 2019년 국내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포함한 만성 하기도 질환은 인구 10만명당 6천176명으로 사망원인 중 9위를 차지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흡연율이 높고 고령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증가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완치가 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즉,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망위험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질환의 치료 중심은 기관지 확장제로, 이는 '흡입하는 형태'의 약제다. 다른 장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기관지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흡입제'로 지속성 기관지 확장제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성 악화가 반복되거나 폐기능 저하가 심하거나 혹은 천식이 동반되거나, 말초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중 호산구 수치가 증가된 경우에는 흡입성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 첫 번째로 강조되고 강력하게 권고되는 것이 바로 '금연'이다. 모든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들은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그래야 가래와 같은 호흡기 증상이 호전되고 폐기능의 빠른 감소도 막을 수 있어서다. 또 인플루엔자(독감)와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시행해 미리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 외 공기 오염을 줄이고 적절한 환기를 생활화해야 하고,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외출을 삼가고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또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주 3~5일 규칙적으로 시행해 운동능력 유지, 근육소실 예방에 힘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폐기능 저하로 인한 호흡곤란은 아무리 치료를 한다고 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만큼 선제적인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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