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대구가 최적지 (4-끝)] 지역미술계 인사 좌담회..."이건희컬렉션 2만3천 점에 걸맞은 예산-건축물 제안 필요"

  • 최미애,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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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6 17:38  |  수정 2021-05-28 12:20  |  발행일 2021-05-27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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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령 대구화랑협회장.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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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희 한국근현대미술연구소장.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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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찬 대구미협 회장.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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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대구시문화예술정책과장.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놓고 각 지자체는 저마다의 이유를 들며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는 한국 근대 미술이 태동하고 발전한 중심지였다는 점과 삼성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시작됐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건희 미술관 부지로 수도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유치전에 뛰어든 지역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문체부는 다음달쯤 구체적인 이건희 미술관 건립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5일 영남일보 6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박진관 문화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선 안혜령 대구화랑협회장, 이상민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이점찬 대구미술협회장, 이중희 한국근현대미술연구소장(가나다 순)이 참석했다.

 

좌담회 참가자들은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선 대구가 구체적인 미술관 건립 계획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국적으로 10여 개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나섰다. 대구가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로서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이상민="문재인 대통령이 삼성가에서 기증한 미술품을 위한 별도 특별 전시관을 마련하라는 지시 이후 대구를 포함한 10여 개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구가 입지적인 측면에서 가장 강점이 되는 부분은 경제부터 문화예술, 체육에 이르기까지 삼성과 긴 시간을 함께한 도시로 삼성과 관련된 많은 공간과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게 가장 강점이 아닌가 싶다. 이건희 미술관을 대구에 유치해서 그런 공간과 스토리를 연결하면 대구에 오면 이건희미술관뿐만 아니라 삼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도시라는 게 우리가 강조할 수 있는 강점이다. 두 번째가 국가 균형 발전이다. 균형 발전은 비수도권 모든 지자체 더 강조하고 싶은 이슈일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왜 대구냐고 하면 대구가 한국 근대 미술 거점 역할을 했다. 이것이 비수도권에 이건희 미술관이 와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구다'라는 얘기를 하려면 근대미술사적인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

▶여러 통계 문화 시설 입지에서 지방이 소외되어왔다. 이는 대구만의 문제는 아닌데, 그런데도 대구에 와야 하는 이유는.

△이점찬="2018년 정부에서 '문화비전 2030'을 발표했는데, 지방 분권을 강조했다. 문화 다양성이 지방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발표했는데, 사실 그런 것들이 현장에선 전달 안 되고 있다. 이번에 지방에 이건희 미술관이 온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대구 유치에 있어 뜻을 모아야 할 것 같다. 대구미술협회에선 매년 근대미술 조망전 전시를 비중 있게 준비해왔다. 이렇게 준비된 도시는 없다. 근대 미술의 중심이 된 걸출한 대구 출신 작가들이 많다. 근대미술의 선각자적인 역할을 했다. 대구에는 미술대학이 서울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대구에 유치가 된다면 미술관이 오는 것이 아니고 삼성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오는 것이다. 삼성상회에서 1938년 시작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지 않았나.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는 이미 시설이 포화상태다. 국가 균형 발전, 국가 전체 발전을 봤을 때 가장 적절한 지역에 오는 게 맞다." 

 

대구미술관 학예인력 상당히 잘 조직 전시역량 부족 견해는 지역폄훼 발상

文정부 문화비전 현장에는 전달 안돼...문화분권 확인할 수 있는 중요 이벤트

대구, 호남에 비해 문화예술 측면 소외...국가적 차원서 지원한 흔적 거의 없어

 

△이중희="제가 한 가지 또 지적하고 싶은 건 문화예술 측면에서 국가가 대구에 지원했다는 흔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호남 지역에는 국립기관으로 아시아문화재단이 있지만, 대구에는 없다. 미술 분야에선 광주에는 세계적인 비엔날레를 국가 예산을 투입해 2년마다 하고 있다. 서울 중심이라는 측면 외에 지역별로 봐도 광주와 대구는 상당한 불균형을 이룬다. 대구는 지금까지 소외된 면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참에 국가에서 대구에 관한 관심도 가져주면 좋겠다."

▶당위성도 중요하지만, 이건희 미술관이 온다면 대구가 문화예술계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안혜령="대구는 230만 인구에 비해 문화적 시설이나 볼거리가 너무 약한 게 사실이다. 대구미술관이 있고, 간송미술관이 생기는 데 만약 이건희미술관이 온다면 대구의 도시 품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명품 미술관이 하나 생긴다고 하면, 이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 예산도 만들어져야겠지만, 세계적인 건축물도 만들어져야 한다. 대구에는 그런 명품 건축물이 없지 않나? 경북 예천에 건립중인 박서보 미술관도 페터 춤토르라는 스위스 유명 건축가를 모시고 오기로 했다. 이건희미술관에 걸맞은 예산, 건축물을 제안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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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영남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린 지역 미술계 인사 좌담회에서 참가자들이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일각에선 지방이 이건희 컬렉션을 제대로 보관하고 전시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대구시는 준비가 되어 있나.

△이상민="대구미술관이 지역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구미술관은 학예인력이 상당히 잘 조직되어 있다. 지난해 조직 개편으로 수집연구팀을 신설하면서 내부적으로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다음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이번에 '때와 땅'전을 통해 한발 앞서서 근대미술을 조망하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대구미술관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신뢰가 쌓이면서 기증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지역 인력 풀이나 역량이 안 돼서 미술관이 수도권으로 가야한다는 건 잘못된 선입견이다."

△이중희="역량 부족이라는 건 지역을 폄하 하는 발상이다. 앞으로 지역이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서 서울 중심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뜻이 함유되어 있다. 미술관 운영에는 대단한 역량이 필요하지 않다."

▶대구미술협회에선 이건희 미술관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추진해왔다.

△이점찬="3년 전 제가 선거에 나올 때 국립근대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공약을 했고, 이건희 컬렉션 이야기가 나오기 전부터 대구시와 이야기를 계속해왔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구는 준비된 도시다. 미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늘 정치·사회 분야에 뒤처진다. 문화가 미래 자산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줬다는 점은 미술관이 대구에 오고 안 오고를 떠나서 얻은 것이다."

▶결국 유족 측의 의견이 중요할 것 같은데, 대구에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이상민="유족 측을 만났을 때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대구경북연구원과 최근 정책연구과제를 시작했는데, 국가 균형 측면과 유족 측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제안은 무엇인지 고민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당초 계획한 것보다 시간표를 당겨야겠다."

△안혜령="컬렉터들이 작품을 기증할 때는 그 작품이 대우받기를 바란다. 안목도 없이 아무렇게 취급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대구미술관이 잘하고 있지만, 이런 것으로 삼성에서 감동하지 않는다. 이건희 컬렉션 2만3천 점이 대구에 오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중희="선정 절차에서 대구가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정제된 내용으로 제안서에 담아야 할 것 같은데, 당위성은 딱 두 가지다. 첫째는 삼성이 대구에서 태생해서, 대구에서 성장했고, 대구 시민이 삼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대구 미술이 여타 지역과 차별화됐고, 역사적으로 뛰어난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좋겠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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