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수확기 '주 52시간 근무제'에 걱정 태산

  • 마창훈,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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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1 20:09  |  수정 2021-06-03 11:21  |  발행일 2021-06-02
내달 50인 미만 적용...대구경북 상당수 벼 수매 연장근무 불가능

다음달 1일부터 근로자 50인 미만 모든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운영하는 지역 농협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RPC 대부분이 수확철인 10월 연장 근무 등을 통해 벼 수매를 진행해 왔는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연장근무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농협경북본부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엔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RPC가 총 15곳에 이른다. 개인 운영 민간 RPC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RPC 1곳당 근무 인력은 20여명 안팎으로 그동안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RPC 직원들은 추수철 1개월간 농민 편의를 위해 평일 연장 근무·주말 출근 등 밤샘 작업을 해왔다. 밤샘 연장 근무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 오전부터 밀려드는 산물 벼(건조되지 않은 벼) 수매 업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RPC 업무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수확철인 이 때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로 봐도 무방하다.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일선 농협 RPC 관계자들이 반발하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경제지주가 2019년 10월 기준 전국 농협RPC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비수확기인 1~8월 근무 시간은 주당 48시간인 반면에 수확기(9~12월)에는 70시간에 이르렀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제도를 따라가기에 처한 여건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르면 수확기에 직원을 추가 충원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결국 벼를 생산하는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손실을 강요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추가 고용은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촌 특성상 까마득한 이야기다. 1개월 남짓 업무가 가중되는 시기에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단기 인력을 채용할 경우 업무 숙련도에 따른 안전관리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지역 일부 농협 등은 비성수기인 봄~여름철 탄력근무제를 적용해 성수기에 대비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촉구하고 있다.


윤영호 예천RPC 대표는 "수매 철 숙련된 기술자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벼에 대해 잘 아는 기술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 또 계약직으로 1개월 정도만 일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일을 하려고 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계절적 요인 등 상황에 맞게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수확기 특별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방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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