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싸는 페트병을 입는다…트렌드가 된 '친환경 마케팅'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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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4 07:21  |  수정 2021-06-04 07:28  |  발행일 2021-06-04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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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복궁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 부대행사에 참석한 김정숙(가운데) 여사가 투명 페트병 재생섬유로 만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된 날로,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환경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지난달 말 서울에서 'P4G 정상회의'가 개최되면서 친환경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착한 소비' '친환경 소비'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명페트병 활용 섬유소재 개발
김정숙 여사가 한복으로 입기도
노스페이스 제작 페트병 소재옷
제품 일시품절될 정도로 '불티'

롯데, 국내 첫 無라벨 생수 출시
작년 한해 1천10만개 판매 기록
CU, 無라벨 투명 PB제품 인기
2030세대 친환경 제품 소비 호재


◆대표적 친환경 제품 '무라벨 페트병'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만 약 30만t의 폐페트병이 생산됐음에도 불구하고 2만2천t의 폐페트병을 해외에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회수되는 폐페트병의 라벨이 제거되어 있지 않는 등 재활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원 순환 및 환경 보호 관점에서 무(無)라벨 페트병 도입이 시급했던 것이다.

무라벨 페트병이 관심을 모으게 된 계기는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의무화 시행 이후부터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및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투명 페트병은 라벨을 제거한 뒤 분리 배출해야 한다. 7월부터는 분리배출 위반 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더불어 '먹는 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이 개정되면서 무라벨 생수 판매가 허용됐다. 환경부와 생수 제조 기업은 올해 말까지 연간 출시되는 생수 중 20% 이상을 무라벨 페트병으로 출시하기로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국내에서 무라벨 생수 판매 스타트를 끊은 곳은 롯데칠성음료다. 롯데는 지난해 1월 국내 생수 브랜드 최초로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아이시스 ECO'를 출시했다. 작년 한 해 총 1천10만 개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시스 ECO를 통해 약 6.8t의 포장지 폐기물 발생량을 줄였고, 올해에는 사이다 및 탄산수 제품군에도 무라벨 페트병을 적용했다.

롯데뿐 아니라 올 들어 식음료 업계에서 무라벨 페트병 제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에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한몫하고 있다. 친환경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라벨 상품군의 경우 라벨을 제거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여주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CU의 경우 친환경 소비를 돕기 위해 지난 2월 무라벨 투명 PB(자체브랜드) 생수 '헤이루(HEYROO)'를 출시했고, 이후 약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대비 78% 급증했다. 친환경 무라벨 PB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ECO'를 출시한 롯데마트에서도 제품 출시 이후 3개월간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8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라벨 제거의 불편함을 없애고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무라벨 페트병 제품군은 앞으로도 계속 식음료 업계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섬유로 변신한 페트병

식음료업계와 소비자가 공들여 분리 배출한 페트병은 패션업계로 넘어간다. 버려진 투명 페트병을 이용해 원사와 섬유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를 패션 아이템으로 적극 내세울 수 있어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31일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 부대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투명페트병 70개(500㎖ 기준)를 재활용해 재생섬유 원단으로 제작한 새활용(업사이클) 한복 차림으로 참석,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친환경 제품으로 웃음을 짓고 있는 곳으로는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가 손꼽힌다. 코로나19로 산을 찾는 2030 '산린이(산+어린이)'가 늘었고, 친환경 소재 제품을 찾는 트렌드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선보인 재활용 나일론으로 만든 '눕시(쇼트패딩)'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플리스'는 한때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올해 상반기 친환경 소재 의류를 지난해 동기 대비 200% 늘렸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친환경 소재 '그린티 컬렉션'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재활용 플라스틱 및 재활용 페트병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제주에서 수거한 삼다수 페트병을 모아 만든 '노스페이스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을 내놓으며 관심을 모았다. 제주에서 수거한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로 제작했고, 페트병을 줍는 캐릭터 등 자원 순환 디자인을 적용했다.

블랙야크는 친환경 캠페인 '페트 줄게, 새옷 다오'를 펼치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전 신청을 받아 페트병 15개를 가져오면 친환경 티셔츠로 교환해주는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이다. 5일까지 진행되며 이렇게 모인 페트병은 다시 친환경 티셔츠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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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바탕으로 소비하는 '친환경'

'친환경 소비'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다. 품질과 가격도 비교 대상이 되겠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위해서라면 선뜻 지갑을 여는 소비 패턴도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며 판매한 제품이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큰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친환경의 위장술이라 할 수 있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대표적이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는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환경친화적 행보를 전면에 내세운 한전이 해외에서는 신규 석탄 사업 투자를 이어갈 방침을 내놓으며 '가짜 친환경'이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또한 모 화장품 브랜드 제품도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제품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화장품 용기로 만들어졌다며 획기적인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패키지 안쪽을 갈라본 소비자가 플라스틱병이 있다고 온라인상에 글을 올리면서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앞서 해당 제품을 내놓으며 기획 의도 등을 안내했음이 입증돼 오해가 풀리고, 친환경 제품 생산 노력 등이 인정받으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다 보니 개별 소비자마다 친환경으로 여기는 기준도 천차만별"이라며 "추가 비용 지불까지 불사하고 있는 소비자에게 '그린워싱'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 이미지 및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면밀한 사전 검증 절차를 거친 뒤 마케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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