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어느 책방 주인의 용기와 열정…'북샵' (이자벨 코이젯트·2017 스페인 외)

  • 김은경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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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30   |  발행일 2021-07-30 제39면   |  수정 2021-07-30 09:10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어느 책방 주인의 용기와 열정…북샵 (이자벨 코이젯트·2017 스페인 외)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어느 책방 주인의 용기와 열정…북샵 (이자벨 코이젯트·2017 스페인 외)

드물게 아름다운 영화였다. 배경도 음악도 연기도 모두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용까지 마냥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으니 꿈을 좇아 살아가는 선한 주인공을 그냥 두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 페넬로페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야기는 1950년대가 배경이지만 오늘날도 마찬가지인 세상의 한 부분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는 플로렌스는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서점을 열기로 마음먹는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낸 것이다. 오래된 집을 수리해서 서점을 열지만 마을의 유력자 가맛 부인이 가만두지 않는다. 그곳을 문화센터로 만들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끈질긴 방해에도 플로렌스는 꿋꿋이 버텨보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 결국 법을 교묘하게 이용한 가맛 부인에게 서점을 빼앗기지만 뜻밖의 반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의 아카데미라는 고야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원작자 페넬로페 피츠제럴드는 맨부커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의 책 '북샵'이 전시돼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영화 내내 중년 여인의 목소리로 해설이 계속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이 영화를 가장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이다. 플로렌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을을 떠날 때 벌어지는 반전을 보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저 유명한 요기 베라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의 엔딩은 좌절 끝에 찾아오는 한 조각 희망을 말한다.

작가 페넬로페 피츠제럴드는 말했다. 인생에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때가 두 번 있다고. 첫 번째는 걸음마를 배운 순간이고 두 번째는 독서를 배운 순간이라고 한다. 이 말은 독서가 직립보행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같다. 그만큼 독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독서에 관해 더할 나위 없는 찬사를 보낸 이 작가의 소설을 이자벨 코이젯트 감독이 아름다운 영화로 만들었다. 책과 책방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영화의 하나일 것이다. "누구든 서점에서는 외롭지 않다"고 한 플로렌스의 말처럼 외로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과 함께하는 것이다. 플로렌스의 용기와 열정 역시 책에서 얻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책을 읽고 천천히 산책하던 플로렌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에밀리 모티머의 풍부한 연기가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책방 소개가 많은 걸 본다. 주인장의 취향이 한껏 드러난 책방이 카페도 되고 문화 사랑방도 된다. 작은 책방을 꾸려가는 분들은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노파심에서 경제 사정을 걱정해보지만 영화처럼 용기 있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밖에. 영화를 보고 나자 책방 순례를 하고 싶어졌다. 인터넷 서점이 아닌 작은 책방들 말이다.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한 권이라도 책을 사서 문을 나서리라 마음먹는다. 그때마다 무엇보다 책을 사랑한 용기 있는 책방 주인 플로렌스를 떠올릴 것이다.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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