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 펴낸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감성·창의력이 생존 수단인 시대…독서가 지적 근육 강화시켜줘"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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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4   |  발행일 2021-11-24 제14면   |  수정 2021-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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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가 책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30년 이상 사교육에 몸담고 있었지만 한결같이 공교육을 옹호한 사람이 있다. 지역 입시계의 산증인인 윤일현 선생은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들로부터도 존경받는 교육자다. 윤일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는 2014년 9월부터 영남일보에 교육칼럼 '밥상과 책상 사이'를 연재하고 있다. 영남일보 교육면을 대표하는 칼럼으로 고정 팬이 많다. 2018년에는 4년간 연재한 원고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콘텐츠로 선정돼 같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2019년에 이 책은 '한국도서 정보 번역 사업'에도 선정돼 외국어로 번역 수출될 예정이다. 최근 윤 대표는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책 읽기와 문학교육을 통한 미래의 길 찾기)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데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묵직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메시지를 던진다. 윤 대표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도도하게 밀려오고 있는 지금 생존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젊은이들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 일회용 소비
영상·활자 매체간 불균형 바로잡는 방법 찾아내야
독서 통해 다양한 가능성과 새로운 길 탐색 않으면
일부 직업에 인재 몰려들어 사회 유연성마저 상실


▶최근에 펴낸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얼핏 제목만 보면 다소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다. '독서'에 관한 책을 출판한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는 지금 '창의력이 생존 수단과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책이 가장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내게 됐다. 책이 주는 감동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 개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책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꿈을 꿀 수 있다. 책은 각박한 현실에서 도피처와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고 더 강해져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이론과 논리뿐만 아니라 남다른 감성과 감각을 가진 조직과 개인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감성 시장의 시대다. 동서고금의 문학작품은 인생 항로 곳곳에 서 있는 감성의 등대다. 독서는 상상력과 사고력이라는 지적 근육을 강화해 준다."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이 시대에는 '책 읽기'가 쉽지 않은가.

"스마트폰, TV, 영화 같은 영상 매체는 문학작품보다 훨씬 다양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짜릿한 흥분과 가슴 뭉클한 감동도 준다. 영상 매체는 모든 것을 속전속결로 해결해 주기 때문에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많은 젊은이가 눈과 머리, 몸을 긴장하게 하는 긴 글 읽기를 힘들어한다. 이들은 독서 대신 컴퓨터를 검색한다. 정보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권태를 해소하고, 검색으로 얻은 대부분 정보는 취사선택의 과정 없이 일회용으로 소비한 후 그냥 배설해 버린다. 영상 매체에 길들면 상상력이 고갈되고 창의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이제 우리는 영상매체가 활자매체를 지나치게 압도하는 현실을 살펴보고 그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두에 문학의 위기를 말하기보다 독자에게 문학의 실용적 용도와 활용방안을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어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소비자는 제품의 장점과 용도, 실용성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그 사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생산자를 좋아한다. 활자 매체도 이 점을 참고해야 한다. 이제 문학 작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람들도 문학의 위기를 말하기보다는 잠재적인 독자이자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일반 독자를 위해 문학의 실용적 용도와 활용 방안 등을 자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독서를 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가지게 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독서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새로운 길 찾기를 하지 않으면 현재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만 보인다. 사회가 경화되어 유연성을 상실하게 될 때 기존의 선망 받는 직업에 인재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의사와 공무원 지망생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경직되어 있다는 증거다. 지금 대학가에는 비록 탁상공론이라 할지라도 진보적 유토피아, 새로운 가치와 윤리, 국가와 민족의 장래 같은 거시적 담론은 사라지고 맹목적 소비주의, 고시 열풍과 같은 계산적 합리주의, 일상의 허무와 무의미에서 탈출하려는 육체적 쾌락주의 등이 모든 논의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입시라는 목전의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을 용납해 주겠다는 부모·자식 간의 묵계가 대학을 이렇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학교 교육, 특히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독서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번에 출판한 책은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읽기 능력은 모든 지적 활동의 기반이다. 읽기 능력이 우수한 학생이 국어·사회뿐만 아니라 수학·과학도 잘한다.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려면 국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책 읽기를 통한 정서교육, 문학작품이 주는 감동을 통한 자발적인 학습 의욕 고취에 관심을 가져왔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그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교육 현장에 적용해 보았다. 예상 밖으로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문학작품 제대로 읽기는 대학 입시를 위한 성적 향상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책 읽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이 상당히 진전된 단계에 이르면 현재보다는 일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다수의 보통 사람은 공짜로 제공되는 데이터나 즐기며 평범하고 별 의미 없는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인류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인간'과 '과학기술이 낳은 성과물과 빅데이터에 좌우되고 조정되는 인간'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인간이라는 생물학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의 발달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책 읽기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꾸준히 탐색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으로 문화적·문학적·예술적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더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향유할 것이다."

▶시 암송의 중요성도 강조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metaphor) 능력은 천재의 표상'이라고 했다. 시는 은유의 보물창고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달에 시 한 편 암기하기를 생활화하면 내 아이를 천재로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을 맹목적으로 암기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 같지만 시 암기는 다르다.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시 100여 편을 암기하면 은유의 대가가 될 수 있다. 시 읽기와 암기는 아이의 머리와 가슴, 뼛속에 은유라는 생각의 도구를 깊이 심어준다."

▶시인이자 교육자로 일생을 헌신해 왔다. 앞으로 계획은.

"공사(公私)교육 현장에서 40년 가까이 열심히 일한 것 같은데 내가 꿈꾸고 소망하는 교육적 이상은 실천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이 이 책을 쓰게 했다. 이제 다급한 현안에서는 좀 떨어져 긴 안목으로 우리 교육을 바라보며 읽고 쓰려고 한다. 교육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봉사할 생각이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지역교육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 지지해주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윤일현= △1956년 대구 출생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포항제철고 교사 역임 △지역 주요 입시기관에서 입시전문가·교육평론가로 활동 △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대구시인협회 회장 △저서: 시집 '낙동강' '꽃처럼 나비처럼' '낙동강이고 세월이고 나입니다'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엮음)' '시로 더 좋은 세상 꿈꾸기(엮음)', 교육 관련 저서 '불혹의 아이들' '부모의 생각이 바뀌면 자녀의 미래가 달라진다' '시지프스를 위한 변명' '밥상과 책상 사이'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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