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류의 중심 대구 .4] 역사문화 유산...세계유산 도동서원·인흥마을 한옥의 美…또다른 한류 관광자원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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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2   |  발행일 2021-11-12 제17면   |  수정 2021-11-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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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하빈면 묘리에 위치한 육신사에는 조선시대 단종의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육신' 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류(韓流)를 통해서다. 음악, 영화, 드라마를 필두로 한 대중문화 뿐만 아니라 음식과 생활양식 등 다채로운 한국의 문화가 세계각국에 전파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도 포함된다. 드라마 주몽·대장금에 이어 최근에는 '킹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도가 더욱 높아졌다. 우리의 전통 문화는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유산이자 훌륭한 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한류 관광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한 셈이다. '신한류의 중심 대구' 시리즈 4편에서는 대구의 전통 역사문화 유산에 대해 다룬다.

◆육신사에 담긴 충절의 의미

대구의 전통 역사문화하면 달성 하빈면의 묘골과 육신사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충절(忠節)'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단종의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육신(死六臣)의 위패가 바로 육신사에 모셔져 있다. 사육신은 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를 일컫는다.

육신사가 달성에 터를 잡은 이유는 박팽년의 후손들이 하빈면 묘골에 집성촌을 이뤘기 때문이다.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박팽년의 후손이 어떻게 대를 이을 수 있었을까. 이는 하늘이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를 당했을 당시 박팽년의 차남 박순의 아내 이씨가 임신 중이었다. 조정에서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만큼 이씨가 아들을 낳으면 죽은 목숨이었다. 하지만 이씨가 친정인 대구로 내려가 해산을 하니 아들이었다. 마침 이때 여종이 딸을 낳았고, 서로 자식을 바꿀 수 있었다.


대장금·킹덤 등 사극 열풍에
드라마속 한국전통문화 인기
한류팬 음악·영화뿐만 아니라
음식·생활양식 등 관심 높아

대구에도 중요 문화유산 많아
사육신의 위패 모신 육신사
박팽년 후손 집성촌 묘골은
조선시대 생활상 엿볼수 있어

동구 옻골마을에 비보숲 장관
오래된 백불고택도 가볼 만



목숨을 부지한 박순의 아들은 박비(朴婢)라는 이름으로 살다 장성한 뒤 자수했고, 성종은 이를 용서하고 일산(壹珊)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육신사와 관련한 숨은 이야기도 있다. 박일산과 후손들은 박팽년의 제사만 지내다 현손(玄孫) 박계창 때에 이르러 사육신의 위패를 모두 모시고 향사도 함께 지내게 됐다. 박계창이 제사를 지낸 뒤 잠이 들었다가 다섯 어른이 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꿈을 꾸게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나머지 집안은 이미 손이 끊긴 상태라 제사를 모셔줄 후손이 없던 것을 안타깝게 여겼던 셈이다.

묘골과 육신사는 조선시대 생활양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당시 사람들은 어떤 건축물에서 어떻게 살았는 지 등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30여 호만 남았지만 일제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마을에는 300여 호가 들어차 있었다고 한다.

육신사 경내에는 숭절당과 태고정, 외삼문, 내삼문, 홍살문, 삼층각 등이 있고, 사당 앞에는 사육신의 행적을 기록한 육각비도 세워져 있다. 특히 태고정은 조선 중기 정자의 형태를 잘 갖추고 있어 보물 제554호로 지정돼 있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고풍스런 마을의 정취를 감상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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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서원과 한옥의 정취

묘골마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조선시대 성리학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이다. 도동서원은 한훤당 김굉필의 도학과 덕행을 숭앙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럼 김굉필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정몽주에서 길재, 김숙자, 김종직을 거쳐 조선 성리학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평생 '몸가짐을 바로 세우는 일'에 몰두하며 성현의 가르침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도동서원은 그의 참된 정신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곳이다.

도동서원은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가치도 높다. 조선 중기 이후 '서원 건축의 정수'라고 평가될 정도로 건축미가 빼어나다. 아름다운 주변 풍광은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눈여겨볼 요소도 많다. 먼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지(上紙)를 두른 서원이라는 점이다. 중정당 기둥에 둘러진 상지는 이곳이 경의를 표해야 할 곳임을 알게하는 일종의 표식이다. 조선시대에는 멀리 낙동강 위에서도 상지를 보면 예를 갖췄다고 한다. 또 내삼문 구조도 특이하다. 사당으로 향하는 세 개의 문 중 서문쪽 계단이 없다. 동쪽으로 들어가서 동쪽으로 나오는 '동입동출'구조다. 보통 서원들은 동쪽으로 들어가 서쪽으로 나온다.

남평문씨 본리세거지인 인흥마을도 한국전통 문화를 엿보기 좋은 곳이다. 본리세거지는 조선시대 말에 지은 아홉 채의 한옥과 정자 두 채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영남지방 양반가옥의 고졸미를 느낄 수 있다. 마을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길고 높은 담장이다. 낮아야 2m 안팎, 높으면 3m 정도에 이른다. 최근에는 능소화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도 명성을 쌓아가는 중이다.

동구 도동 측백나무숲 인근의 옻골마을에서도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비보(裨補)숲이 장관을 이루고,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 '백불고택'이 마을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백불고택은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 가·별묘, 사당까지 조선시대 양반집의 형태를 모두 갖추고 있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그래픽=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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