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상갓집 개와 씨감자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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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0   |  발행일 2022-10-10 제23면   |  수정 2022-10-1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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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논설위원

법원이 지난 6일 오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동력을 얻었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오전 이양희 윤리위원장 임기를 1년 연장했다. 법원 판단 이후 열린 윤리위원회에서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를 1년 추가함으로써 정지 기간이 1년6개월로 늘어났다. 이 전 대표의 당 복귀는 사실상 봉쇄됐다.

석 달 가까이 끌었던 이준석 거취 문제는 일단락됐다.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은 앓던 이를 뺀 기분이어선지 표정 관리에 바쁘다. 이제 당권 경쟁에 분주하다. 차기 당 대표는 1년6개월 남은 22대 총선에서 의원 공천권을 쥔다. 자만해선 안 된다. 불과 몇 달 전으로 돌아가 보자. 정권교체지수가 월등히 높았다. 결과는 0.73%포인트 차 신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선거가 이틀만 뒤에 치러졌더라면…' 하고 땅을 쳤다. 쟁쟁한 중진을 물리치고 '0선·30대' 당 대표라는 헌정사상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이 전 대표. 대선에서 MZ세대 표를 모았다. 대선 승리에 그 나름 역할을 했다.

대선 기간과 이후에 그의 튀는 행동이 거슬렸을 테다. 윤핵관과 사사건건 부딪쳤고 결국 당 윤리위에 제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읽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내치는 데 합세했다. 온 동네가 나선 꼴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핵관을 비롯한 대다수 의원이 보인 행동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상갓집 개'에 비유했다. 삶은 돼지고기를 얻어먹으려 기웃거리는 비루한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웃으니 어쨌거나 목표 달성은 한 모양이다. 속단은 이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다. 당 지지율도 민주당에 비해 처진다. 여권 내 자살골은 여전하다. 한마디 사과면 쉽게 끝날 일을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일관한다. 이러니 여론이 반등하겠는가.

정기국회 국감에선 169석 거대 야당에 휘둘린다.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면 차기 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 확보는 쉽지 않다. 이러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 확보가 여의치 않다. 이 전 대표의 지적처럼 당내 중진들은 만년 보수 지역에서 선수(選數)를 쌓았다. 박빙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이기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청년층을 대변하는 이 전 대표를 내친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목숨 걸고 지켜야 했던 씨감자를 삶아 먹었다'며 가슴을 치는 순간이 온다. 사법 리스크에 우왕좌왕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보면서 안도하다간 큰일 난다. 당장 당내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 전 대표의 개혁 발언 가운데 약이 될만한 것은 과감하게 차용하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국내 경기조차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월급과 자식 학교 성적 빼곤 모두 올랐다고 한다. 환율은 달러당 1,500원대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마저 비틀거린다. 치안상황도 말이 아니다. 사흘돌이로 스토킹 관련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약 청정국이라던 우리나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 성분이 검출된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집권 여당이 이 전 대표를 토사구팽(兎死狗烹)했던 그 기세로 달려들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차악 후보 가운데 선택해야만 했다. 이 때문인지 국정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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