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SPC의 기행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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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1 06:44  |  수정 2022-11-11 06:48  |  발행일 2022-11-11 제23면

지난달 15일 오전 6시쯤 SPC그룹 계열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무자 A씨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졌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이틀 후 사과문을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자 또다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안전관리 강화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직원의 사망 사고 이후에도 문제의 생산라인을 통해 빵 수만 개를 제조해서 팔다가 불매운동에 봉착했다.

최근 이 회사 직원이 대전고용노동청 직원 가방에 든 감독계획서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제빵 공장 근로자 사망, 계열사 직원 손가락 부상에 이어 이번 몰래 촬영으로 경영진이 한 달 만에 무려 네 번이나 사과를 했다. 결국 검찰이 지난 8일 '일감 몰아주기'와 '경영진 배임' 의혹으로 SPC그룹 본사 및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며 허 회장 등 총수 일가를 겨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허 회장 등을 고발한 지 2년 만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젠 기행을 일삼는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과거 한화 김승연 회장은 검은 장갑을 낀 주먹으로 아들을 폭행한 조직폭력배의 턱을 강타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큰딸의 땅콩회항으로 드러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SK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의 직원 맷값 폭행이 회자됐다. 한동안 뜸하더니만 '샤니'로 대표되는 제빵 그룹 SPC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SPC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부디 자사 직원 안전에만 신경 쓰길 바란다. 지금 국민은 정치인들의 기이한 언행만으로도 언짢다. 기업인들까지 가세하니 시름이 깊어진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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