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측근이냐, 국민이냐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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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06:39  |  수정 2022-11-14 06:47  |  발행일 2022-11-14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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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검사 출신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고위 법관으로 재직 중인 기자의 지인은 이에 쓴소리를 했다. 사석에서도 정치 언급은 삼갔던 그였다. 금감원 파견 이력으로 수장이 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법원을 비롯한 각 기관에서 금감원 파견을 한다고 했다. 이런 인사를 하면 나중에 탈 난다고 봤다. 아니나 다를까 법조인과 올드 보이가 정부 요직을 꿰찼다. 결과는 어떤가.

자식을 보자. 오냐오냐하면 무책임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응석받이가 된다. 반려동물이나 측근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허구한 날 까칠하게 쌈박질이나 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실 국감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낙서로 물의를 빚었다. 이게 스타 장관인가. 사고뭉치 측근만 끼고돌다간 임명권자가 민심을 잃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이 있는 국무총리·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모두 대통령이 임명했다. 취임 첫 인사여서 의중이 크게 실렸을 테다. 공교롭게 모두 대통령보다 늦게 이태원 참사 소식을 알았다니 피를 토할 노릇 아닌가.

경찰청 특수본은 보름째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소방 노조에선 현장에서 몸을 던져 구조에 나섰던 하급직만 때려잡는다고 들고 일어날 태세다. 지휘부가 신속한 상황 파악과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선 만만한 일선 실무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고 한다. 며칠 전 수사받던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장수들은 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아니면 자식이나 사위를 최선봉에 세웠다. 칭기즈칸도 그랬다. 이러니 장졸들과 백성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 윤 대통령의 측근 사랑은 유별나다. 측근의 무책임과 방종은 도를 넘었다. 유례가 없는 참사에 고작 하는 말이라곤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거다. 아무도 사의 표명하지 않았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당일 행적도 거짓투성이였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사건 당일 자택에 머물렀던 모양이다. 그러고선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라고 했다. 상식 밖의 언사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어땠나. 세월호 참사가 나자마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고 6개월 동안 수습에 매달렸다. 책임지려는 그의 모습에 유가족과 국민은 감동했다. 현 정부에서 이럴 인사가 있기는 한가. 대형 로펌에 한자리 얻으려고 동분서주할 게 뻔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여론조사를 비롯한 각종 지표는 기대 이하다. 반등하려면 결단해야 한다. 능력 없는 측근과 국민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려면 능력 없는 측근은 내쳐야 한다. 최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감장에서 주호영 운영위원장이 딴짓하던 김 홍보수석을 쫓아냈다. 속 시원했다는 여론이 많다. 세월호 참사 당시 나름 고초를 겪은 경험 때문일 테다. 정부 여당에선 마뜩잖아 한다니 이 무슨 변괴(變怪)인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였던 보수 싱크탱크들은 이 와중에도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집단 지성조차 입을 닫았다. 어딘가 크게 고장 났다는 소리다. 여권은 빨리 감지하고 제대로 고쳐야 한다. 그런데도 엇길로만 가고 있다.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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