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斷腸(단장)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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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7 06:41  |  수정 2022-12-27 06:48  |  발행일 2022-12-27 제23면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며칠 뒤였다. 70대 초반의 할머니가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있을 수 없는 비극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斷腸)의 아픔은 실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결혼은커녕 자식을 낳아서 길러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부모에겐 눈감을 때까지 '자식은 애물단지'다. 말썽을 피울 땐 욱하는 감정으로 간혹 "너를 키우니 개를 키우겠다. 당장 나가라"라고 고함치기까지 한다. 가출하면 당장은 눈앞에 없어서 속이 후련하지만 금세 찾아 나서는 게 부모 마음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혐오 발언과 행동이 도를 넘었다. 점잖기로 소문난 국민의힘 국회의원까지 가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막말을 했던 인사들은 입을 다문다. 후과(後果)가 무서운 줄 안다. 22대 총선 공천에 목숨을 건 국회의원·원외 인사들은 막 나간다. 위기관리 능력이 논란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며칠 전 뜬금없이 유가족들을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돌아오던 중 무단횡단을 해서 빈축을 샀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유족을 지나치다가 면박을 당했다.

이태원 참사 초기 희생자 부검 및 소지품 관련 마약 검사를 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이어지는 2차 가해는 가히 테러 수준이다. 당리당략이 국민의 목숨보다 소중한가. 지금은 추모하고 애도해야 할 시간이지 시시덕거릴 때가 아니다. 보수는 1년 뒤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할 것인가. 만약 실패한다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일 테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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