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이태원 참사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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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1 06:38  |  수정 2022-11-01 06:45  |  발행일 2022-11-01 제31면

이태원 압사 참사 다음 날 새벽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사고 원인이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가 '빛삭'(빛의 속도로 삭제)했다. 도대체 제정신인가. 150여 명의 20·30대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는데도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들이 최근 표 깎아 먹는 데 열일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어떤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발생 18시간 만에 슬그머니 나타났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했다고 해결될 수 없었다"고 했다.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이 장관에게 퇴진하라고 한다.

3년 만에 치러진 노마스크 문화행사다. 지난달 28일부터 참사의 전조가 보였다고 한다. 10만명이 왔다는 이태원에 경찰 병력 137명으로 통제가 되겠는가. 진보·보수 진영 집회 질서유지에만 몰두했다. 주최자 없는 문화 축제라고 방관했다가 속수무책이 된 게 아닌가. 지자체장은 관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법규에 없으니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우길 텐가. 도의적인 책임은 없는가. 사고 수습 후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쟁을 일삼는 만큼만 신경 썼다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늘 안전사고에 대비한다고 했지만 헛구호에 그쳤다. 이번에도 참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앞장 선 이들은 바로 시민이었다. 정치를 향한 국민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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