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동읍면을 추가하는 입법조치 필요"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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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4   |  발행일 2022-02-15 제3면   |  수정 2022-02-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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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


사실 동읍면자치단체가 도입된 지 73년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은 60년 전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자치가 중단되면서 읍면자치를 폐지하고 군자치를 도입한 것에서 비롯됐다. 읍면자치를 폐지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뿌리가 상실되었다. 시군구자치하에서 주민은 실명(實名)으로 구체적인 생활정치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익명과 통계숫자로 존재하고 정치 내지 권력정치의 추상적인 객체가 되어 주민은 거대규모의 시군구자치제하에서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관리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30년 전 지방자치를 부활하는 과정에서 읍면동 마을자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일단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것이 시급하여 기존의 시군구자치를 기초자치로 승계하였다. 풀뿌리자치의 부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정부는 1999년부터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설치했고, 2010년에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 종전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개편하도록 규정하여 2013년부터 현재까지 시범실시를 하고 있다.

그동안 논의되어온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의 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고유한 사무도 없고, 고유한 재원도 없고, 자치권도 없다. 지역주민으로 구성돤 단체로서 주민이 결여되어 있고, 고유사무와 고유세원을 갖지 못하여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성이 없어 명칭과는 달리 자치가 없다.

일부주민의 참여제도로서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로서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시범실시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로는 주민의 자치의식과 책임감을 증대시킬 수 없고, 지역발전과 주민생활향상에 기여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제 73년전에 도입했던 동읍면 지방자치단체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자치법에 제2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동읍면을 추가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집행기관의 구성도 동장, 읍장, 면장의 독임제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5~9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집행기관을 동읍면의 헌장으로 채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동읍면세로 재산세와 소득세를 공유세원으로 해서 동읍면이 일정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세를 읍면동의 독립세원으로 전환하는 등 풀뿌리 지방자치단체로서 동읍면의 재정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읍면자치단체 도입의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통제할 힘이 주민에게 없다. 집중된 권력을 주민에게 분산할 수 있다면, 주민이 일상에서 국가와 지역의 중요사안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정치 갈등을 약화시키고 사회통합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지역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질이 높은 고급정보가 흐르고 많은 정보량을 수용할 수 있는 지역이 발전한다. 많은 정보량을 수용하고 고급정보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결정량이 많아져야 하는데, 동읍면자치를 통해 결정단위가 촘촘하거나 많아질수록 결정량이 많아진다. 대구경북 메가시티, 남부권 메가리전 발전에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기후환경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에너지, 물, 폐기물 등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발생하는 작은 풀뿌리공간에서 그 해법을 찾고 대안을 모색해야 비용도 줄일 수 있고 효율적일 수 있다.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사회적 합의를 용이하게 도출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대면적 공론장인 동읍면차원의 자치가 필요하다.

넷째,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지방의 인구 유출이 대도시,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을 야기하는 산업화과정의 일반적 경향에서 기인하지만, 비수도권의 중소도시, 농촌지역에서 인구유출이 극단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읍면자치의 중단과 폐지에 있다.

풀뿌리자치는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정주여건과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 삶의 의미를 주는 문화의 저장고인데, 읍면자치의 중단과 폐지로 대부분의 젊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해버렸다.


이창용<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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