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이기명 사진예술·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 (주) 유로포토 대표 "매그넘 등장처럼 NFT도 사진산업의 새로운 성장기회 될 것"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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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6 07:35  |  수정 2023-11-29 15:20  |  발행일 2022-04-06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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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이자 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 <주>유로포토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명씨. 그는 매그넘 사진전과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유명 사진기획전의 성공적 개최뿐만 아니라 월간 사진예술이 7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잡지'로 선정되는데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영남일보와 함께 NFT분야로 확대시킬 예정이다. 〈사진예술 제공〉

고흐나 마네, 모네의 그림이 고가인 이유는 그 작품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즉 희소성이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복제가 가능한 사진은 반대의 이유로 저가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사진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역으로 디지털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 겸 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 <주>유로포토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명씨가 주인공이다. 영남일보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플랫폼 '캔버스'와 5년에 걸친 장기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기명 대표를 만나 사진과 NFT, 그리고 사진산업의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예술사진가에게 NFT시장은 매력적
에디션 조작 불가해 작품가치 발휘
신진 작가들 제값 받기에도 유리해

전통경매시장서도 NFT 자주 등장
5개월새 13만달러 이상 수익 내기도
유일무이성 없는 디지털 사진 단점
NFT라는 공인인증으로 극복한 것

영남일보 플랫폼과 장기 기획전 준비
신뢰할 수 있는 NFT시장 구축 통해
사진 한 차원 높은 예술로 도약 기대"


▶우선 NFT 이야기부터 해보자. 디지털 예술인 사진과 NFT는 뭔가 어울릴 듯하면서도 묘한 이질감이 있는데.

"NFT는 예술작품이나 이미지, 미술품, 음악파일 등 디지털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인 복제에 대해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기대되는 기술이다. 복제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최초의 디지털 작품에 고유번호를 넣어 오리지널리티를 증명하는 것이다. 예술 작품이 고가인 이유는 의미 때문이다. 사진은 에디션 조작이 불가능한 NFT에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에서인지 사진가들의 NFT시장 진출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소더비 등 전통 경매장에서 사진 작품의 NFT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순수 미술계 사진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가 NFT 플랫폼인 퀀텀아트(Quantum Art)는 지난 2월 750만달러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저스틴 애버사노(Justin Aversano)라는 젊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NFT를 이용해 판매했다. 불과 5개월 만에 13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유일무이성이 없는 디지털 사진의 단점을 NFT라는 공인인증서비스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사진이 갖는 속성과 NFT가 어떤 부분에서 성장성이 있다고 보는지.

"생산자인 예술 사진가들에게 NFT가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이다. 전통 예술 시장에서는 일단 자기 사진을 보여주기조차 어렵다.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시장이라서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신진 작가들이 수집가나 큐레이터들의 눈에 들기는 무척 어렵다. 반면 NFT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는 작가들이 제값을 받기에 유리하다. 이런 면에서 사진가들의 NFT 시장 유입이 늘어나면서 사진산업 전반의 시장 확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기획자로 명성이 더 자자하다. (이 대표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 중앙대 사진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사진편집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책임을 맡았던 주요 기획전은 어떤 것이 있나.

"어쩌다 보니 작가보다는 기획자로서 더 자주 드러나게 됐다.(웃음) 사진집 판매 부수 2만부를 기록한 월드컵 사진집 'Again 2002'와 한국전쟁 60주기 사진집 '0625'(경기문화재단)를 사진편집 및 기획했다. 독일연방보전청과 경기도가 함께 진행한 DMZ 60년 사진집 및 전시회 'Two Lines'의 총감독을 맡아 한국 최초로 미국 의회 전시와 대통령 독일 국빈 방문 문화행사로 베를린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를 맡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이력 가운데 매그넘 코리아 에이전트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이 대표가 운영하는 (주)유로포토는 2005년 매그넘과의 계약을 통해 '매그넘 한국 에이전트'를 설립했다)

"1998년 미국 유학 당시 매그넘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인연이 있었다. 또 2001년부터 국내에서 열린 매그넘 사진전을 기획해 왔다. 2005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특별전이 당시 국내 사진전 사상 가장 많은 유료 관람객이 찾으면서 기획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

▶매그넘이라면 사진전문가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세계적인 사진 통신사인 매그넘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2년 뒤인 1947년에 설립됐다. 로버트 카파·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조지 로저·데이비드 세이무어 등 4명의 유명 사진가가 주도해 창설했다. 매그넘 사진의 특징은 특정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의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도 사진가의 시각이 강하게 들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매그넘의 회원은 전 세계를 통틀어 70여 명이며, 매년 회의를 통해 신규 회원을 선발하고 있다."

▶매그넘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은 기록되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는 아직 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매그넘은 진입 장벽이 높다. 매그넘의 회원이 되는 과정은 후보회원, 준회원, 정회원으로 크게 세 단계다. 후보회원은 2년간 활동하면서 작업물로 평가 받아야 한다. 2년 뒤에 준회원으로 승격될 수도 있고 후보회원에서 퇴출 될 수도 있다. 준회원이 되고 나서 2년간 좋은 작업물을 남겨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정회원이 되지 못하면 준회원으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매그넘 가입 기준은 세계적인 수준 이상의 전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기대한다. 따라서 도전 의식과 의지만 있으면 시도할 수 있다."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이 된 계기도 업계에서는 유명하다.

"월간 사진예술은 원로사진가 이명동 선생, 다큐멘터리사진가 김녕만 선생에 이어 제가 2015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두 분 모두 후배에게 가업 같은 잡지를 물려줬다."

▶급변하는 매체 환경 변화로 전문잡지의 운영이 쉽지만은 않은데.

"처음 2~3년간 사재를 털어 운영비를 마련해야 할 만큼 어려웠다. 하지만 수준 높은 사진과 돈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 창출을 이어가니 점차 적자를 면하게 됐고, 성장했다. 2016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잡지에 7년 연속 선정됐으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영남일보와 진행하는 NFT 기획전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매그넘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사진가들의 생존 모색을 위해 출범해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통신사로 성장했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어렵지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NFT가 새로운 기회가 되어 사진가뿐만 아니라 사진산업 발전의 새로운 모티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NFT 시장을 구축한다면 사진은 한 차원 더 높은 예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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