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약, 식후 30분에 먹어야 할까

  •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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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31 07:43  |  수정 2022-05-31 07:47  |  발행일 2022-05-31 제16면
식사 직후와 식후 30분 약 복용
연구결과 약효에 큰 차이 없어
시간 지키려다 빠뜨리는 것보다
규칙적 복용이 질병치료에 도움

이향이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일반적으로 약을 먹을 경우 '식후 30분'을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약국에서 약을 짓거나 구매하는 경우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해도 되는 약이라고 하거나 식사 전에 복용하면 된다고 복약지도 할 경우 정말 그래도 되는지 꼭 되물어보시곤 한다. 그만큼 약을 먹을 경우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약을 식후에 먹으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속 쓰림, 소화 장애 등 위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약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약에는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의 소염진통제 종류가 있다. 그런데 사실 위장장애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약을 잊어버리지 말고 규칙적으로 잘 복용해 약효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의약품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복용 후 체내에서 일정한 농도에 도달해야 하는데 그 농도를 유효혈중농도라고 한다. 이 농도보다 낮으면 약을 복용 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반대로 과도하게 많은 양이 체내로 흡수된다면 치료가 아닌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를 위한 유효혈중농도에 도달하는 시간 및 지속시간은 의약품마다 다른 만큼 이를 지표로 해서 의약품의 복용량, 복용 횟수를 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하루 3번 복용하는 약일 경우 이상적인 방법은 8시간마다 복용하는 것이지만 이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자다가 일어나서 약을 먹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활동하는 시간을 3등분해 5~6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면 되는데 이때 빠뜨리지 않고 가장 잘 복용하는 방법이 식사 후 복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후 30분은 왜 이야기가 나왔을까. 약으로 인한 위장장애도 피하면서 흡수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식사 후 30분 정도의 시간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약은 '식후 30분' 복용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식사 직후와 식후 30분은 약효 발현에 큰 차이가 없고, 30분의 간격을 두고 약을 먹으려고 할 경우 잊어버리고 지나치는 일이 많아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식후 복용하도록 하는 약은 시간을 둘 필요 없이 바로 복용하면 된다.

또 원래 용법이 식사 직후에 복용하도록 하는 약들이 있는데 무좀약 중 '이트라코나졸' 성분의 약이나 혈중 중성지방의 농도를 낮추는 '페노피브레이트' 성분 등이 있다. 이는 약이 독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식사 직후가 약의 흡수율이 높기 때문이다. 식전에 복용하는 약도 많이 있는데 당뇨병약 중 일부를 비롯해 위장약, 결핵약, 갑상선약, 골다공증약 등은 음식물이 약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식전에 복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식전에 복용하는 약을 잊어버리고 음식물을 먹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약 복용을 거르는 것보다는 식사 후 1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서 복용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약을 먹어야 하고 각 약의 복용법이 달라 복잡할 경우다. 이 경우 약을 제대로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사례들이 꽤 많은데 특정 복용 시점을 너무 지키려다 보니 오히려 그 시간을 놓치고 약 복용마저 거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의 종류가 많고 그 복용법이 여러 가지일 경우 빠뜨리지 않고 잘 복용할 수 있도록 복용법을 좀 더 간단하게 정리해줄 것을 약사에게 요청하는 것도 좋다. 위 몇 가지 예로 본 것과 같이 약마다 최적의 복용 시점이 있는 만큼 그에 맞게 복용하되 너무 그 용법을 지키려다 복용을 거르는 것보다는 유효한 혈중농도를 유지하도록 규칙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질병 치료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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