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최대 쌀 생산지 명성…품질도 뛰어나 밥맛 세계 최고 수준

  • 김일우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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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3   |  발행일 2022-07-13 제22면   |  수정 2022-07-18 07:23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3] 상주 농업의 기원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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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벼농사가 발달한 상주는 조선시대 '삼백의 고장'이라 불릴 만큼 쌀 주산지로 명성을 얻었다. 상주시 성동동의 한 논에서 이뤄진 2021년 첫 벼베기 모습. 〈상주시 제공〉

쌀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구 34%가 주식으로 삼는 작물이다. 쌀을 재배하는 국가 수만 100곳이 넘을 정도다. 쌀은 채집과 사냥을 하던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며 재배하기 시작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농작물이기도 하다. 한국의 벼농사는 적어도 청동기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4세기부터는 한반도 남쪽에서도 벼농사가 보편화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분지 지형에 낙동강을 품은 상주 역시 일찌감치 벼농사가 발달했다. 조선 시대에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릴 정도로 쌀 주산지의 명성을 얻었고, 지금도 경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쌀을 생산하고 있다.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3편에서는 세계 최고 품질의 상주 쌀에 대해 소개한다.

원삼국시대부터 대규모 재배 추정
반달돌칼·탄화미·공검지 등 방증
맑은물·사질양토 등 재배환경 최적
면적 1만2000㏊에 연간 7만t생산
日 '히토메보레' 보다 맛 우수 평가
품종 다변화·생산기반 구축도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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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강영석 상주시장이 모서면 정산리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상주 벼농사의 역사

상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적지는 낙동면 신상리와 청리 유적지다. 이곳에서는 구석기 시대 유물이 나왔다. 이를 고려하면 상주에서는 약 15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남지역에서 확인된 구석기 유적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그렇다면 상주에서 벼농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청리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반달돌칼 등 다양한 농경 관련 유물은 상주에서 선사시대부터 벼농사 등 농업이 이뤄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상주 병성동 수혈유구(竪穴遺構)의 대상토기(袋狀土器)에서 나온 탄화미(炭化米)도 선사시대부터 원시 농사가 지어졌음을 방증한다. 탄화미는 불에 타거나 지층 안에서 자연 탄화돼 남아있는 쌀이다.

상주에서 벼가 대규모로 재배된 것은 원삼국시대(삼한시대)로 추정된다. 상주 공검면 양정리에 남아있는 공검지(恭儉池)의 규모를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공검지는 둑길이 430m, 둘레 8.5~8.9㎞, 평균 깊이 2~3m나 됐다. 물이 많이 필요한 벼농사에 있어 수리 관계시설은 필수다. 삼국시대에 저수지 축조가 국가적 과제이기도 했던 이유다. 공검지는 충북 제천 의림지, 전북 김제 벽골제, 경남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 4대 저수지로 꼽힌다. 이 중 공검지는 남한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상주는 서쪽에 백두대간이 솟아있고, 여기서 발원한 지천이 동쪽으로 흐른다. 이들 하천은 상주분지와 함창분지를 지나 낙동강에 합류한다. 상주에 형성된 넓은 평야는 논농사를 짓기 좋은 비옥한 땅이었다. 하지만 물을 저장할 필요성이 컸다. 상주에는 비가 6~7월 사이에만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이다. 공검지도 이 같은 이유로 만들어졌다.

원삼국 시대 상주에 있던 고대국가의 이름에서도 상주에서 벼농사가 얼마나 번창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상주에서는 사벌국(沙伐國) 또는 사량벌국(沙梁伐國)이라는 국가가 존재했다. 여기에 들어있는 '사(沙)'라는 글자는 당시 상주를 지나는 여러 하천에 물과 모래가 많아 그만큼 농경문화가 발달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1314년 고려시대 행정구역 명칭에서도 농업 중심지 상주의 위상 확인이 가능하다. 영남지역 일대를 경상도(慶尙道)라 칭했는데 이는 낙동강을 좌우로 나눠 경주(慶州)와 상주(尙州) 두 지역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다. 조선 전기 지방 행정 8도제 하에 경상도를 관할하던 경상감영(慶尙監營)도 상주에 위치했다. 당시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상주 농업이 얼마나 번창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상주 쌀은 옛날부터 임금님 진상미로 수라상에 오를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상주 벼농사는 경상도 농업의 중심이자 뿌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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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쌀 브랜드 중 하나인 삼백쌀.

◆최고 품질 상주 쌀

상주 쌀은 낙동강 상류 편마암 지대의 사질양토와 속리산 문장대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로 재배한다. 그만큼 맑은 물을 먹고 벼가 자란다. 또한 상주는 낙동강 등 수자원이 풍부하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 벼농사를 짓기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농업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고, 농민의 결집력도 높은 편이다.

상주 쌀의 품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임이 증명됐다. 1995년 일본 동경TV 의뢰로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에 의해 양국에서 생산된 쌀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그 결과 상주 쌀 품종인 '일품'이 세계에서 밥맛이 가장 좋다는 일본 쌀 품종 '히토메보레'보다 맛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현재 상주에서 생산되는 쌀 브랜드인 '명실상주쌀'도 친환경 고품질 청결미로 잘 알려져 있다.

상주 쌀은 계약재배를 통해 엄선한 벼를 가공해 만들어진다. 품질 좋은 일품 벼를 원료로 최신식 자동 RPC(Rice Processing Complex·미곡종합처리장) 시설로 가공한다. 소비자로부터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쌀로 각광받고 있다. 상주의 벼 재배 면적은 1만2천㏊가 넘고, 연간 생산량은 7만t에 이른다.

상주시는 지역 쌀 품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상주 쌀 경쟁력 확보와 농가소득 증대 등을 위해 건조저장시설, 대형농기계, 육묘공장 등 고품질 쌀 생산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고품질 품종 확대 보급에도 힘쓴다. 상주에서 생산되는 쌀 품종의 90%를 차지하는 '일품벼' 중심 재배에서 벗어나 '예찬벼' 등 품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상주시는 유기질 비료 지원 확대와 토양 관리 등 벼농사 생산 기반 구축사업도 진행 중이다. 품종 혼입 방지는 물론 완전미 비율을 높이고, 건조·저장 시설 등 수확 후 관리기술 보급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병해충 방제 등을 위한 종합관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근 상주시는 농산물의 온라인 거래 확대 추세에 맞춰 농특산물 쇼핑몰을 개발해 운영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 등 농산물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초 문을 연 '명실상주몰'이다. 명실상주몰에서는 상주 쌀과 곶감, 한우 등 97개 농가가 생산한 1천789개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30년 넘게 벼농사를 짓고 있는 윤기홍 전 상주시쌀연구회 회장은 "지금도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최고 품질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새로운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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