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계란 흰자도 아닌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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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8   |  발행일 2022-07-28 제23면   |  수정 2022-07-2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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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20대였을 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도레미송'을 들으며 참 순진한 생각을 했다. 주인공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의 일곱 남매에게 음악 기초를 가르치기 위해 계이름 '도' '레' '미' '파' '솔' '라' '시'에 따라 노래를 부르게 하는 장면에서 아이가 많으면 참 좋겠다는 무서운(?) 꿈을 꿨다.

나의 어리석음을 결혼 후 깨달았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워킹맘으로서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꼈는데 일곱이라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대한민국에서 육아는 힘들다. 그것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일은 고통이다. 이러니 애를 낳지 않으려 한다. 축복 받으며 태어나고 자라야 할 아이가 기피대상이 되는 세태도 가슴이 아프다. 나만의 감정일까.

우리 현실을 보면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인구절벽이 코앞까지 왔다. 특히 농도(農道) 경북은 더 심각하다.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경북은 16곳이나 지정돼 전남과 함께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다. 그만큼 인구소멸 위기가 심각하다. 경북은 대구시와 분리된 1981년만 해도 320만명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264만명으로 주저앉았다.

경북 대표 산업도시인 포항과 구미만 봐도 심각성은 쉽게 알 수 있다. 23개 시·군 중 가장 큰 포항시의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6월 말 기준 49만9천854명이다. 포항시는 인구 50만명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구미시 인구도 2017년 42만1천799명으로 최고치를 세운 후 매년 감소해 지난 5월 말 기준 40만9천679명까지 떨어졌다. 대도시가 이러니 작은 시·군은 오죽할까.

인구는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히 지역의 미래를 이끌 청년 인구의 유출이 걱정을 키운다. 인구 유출을 막고 빠져나간 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다양한 인구 유인책을 펼치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인구 감소 해결책으로 청년과 노인을 한데 묶어 지원하는 '복지마을'을 추진해 기대된다. 어르신 인구가 많은 농촌에서 복지마을을 발굴하고 이곳에 청년이 들어와 어르신 돌봄 등의 역할을 하는 게 핵심이다. 잘만 하면 어르신 복지의 수준을 높이면서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역대학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제대로 시행돼 큰 효과를 거두길 바란다.

청년 귀농귀촌의 획기적 성공사례라고 평가 받는 의성군 안계면 '이웃사촌 시범마을'도 눈길을 끈다. 의성군은 청년 창농 지원 등을 추진해 4년간 청년농 40명을 육성했다. 의성군민과 함께 도출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창업도 지원해 청년들이 수제맥주공방, 미술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이 지속적으로 정주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 종영한 TV 인기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남자 주인공이 경기도를 '계란 흰자'(서울은 노른자)에 비유하는 여자친구로부터 "견딜 수 없이 촌스럽다"는 타박을 듣고 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을 보면서 경기도도 아닌 더 변방에 사는 촌사람인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경기도가 흰자이면 서울에서 경기도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대구·경북은 무엇일까. 껍질? 아니면 아예 계란이 아닌가.

그래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8기 도정을 시작하면서 했던 말을 굳게 믿고 싶다. "경북도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헛된 믿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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