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영우' 신드롬, "악인 한명 없어도 통쾌하네"…착한 드라마의 유쾌한 반란

  • 윤용섭
  • |
  • 입력 2022-07-28 07:23  |  수정 2022-07-28 07:24  |  발행일 2022-07-28 제15면
자폐 변호사의 당찬 성장 그려
장애 어두운 면 대신 장점 부각
사회 다양성의 가치 공감 불러
탄탄한 시나리오에 배우들 열연
매주 흥미진진한 재판소재 전개
기발한 해결로 카타르시스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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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시청률 0.9%로 시작해 지난 8회에서 1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수직 상승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다. 1%만 넘어도 성공으로 치는 케이블 채널인 점을 감안하면 이 기록은 대박에 가깝다. 이 작품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사건을 해결하며 성장해 가는 휴먼 법정 드라마다. 소재의 참신함보다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더해진 따뜻한 메시지와 배우들의 열연이 연일 화제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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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보여주는 극복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징글징글한 악인이 등장하는 대신 함께 손 맞잡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리 본성의 선함'을 일깨운다. 흥미로운 법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했고, 자폐를 그리는 방식에도 예의를 갖췄다. 우영우(박은빈 분)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구현한 시점 숏이나 그의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CG로 묘사한 방식이 그렇다.

높은 암기력과 다각적 공간 인지 능력을 발휘하는 자폐 스펙트럼은 일명 '백치천재'라고 불린다. 의사소통 및 언어와 추상적 개념 사용에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특정 분야에 몰입하면 일반인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능력을 보인다. 영우 또한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이 강점이다.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고, 선입견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이 보통 사람을 능가한다. 극 중 형사사건을 민사사건으로 돌리고, 특별손해를 생각해 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착안한 발상은 실제 법조인들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영우에게 낯설고 두렵다. 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걷기, 뛰기, 신발 끈 묶기, 회전문 통과가 힘들고, 감정표현도 서툴러 엉뚱하고 솔직한 그의 모습이 때론 사람들을 놀라고 당황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꿋꿋해서 대견스럽다. 틀에 박힌 규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문제점을 씩씩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말이다. 과거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영화 '말아톤', 드라마 '굿닥터' 등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 보이지 않는 편견 등을 다뤘다면, 다양성이란 가치를 따뜻한 감성으로 껴안은 '우영우'는 휴머니즘과 인물의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법정물로서의 재미도 만족스럽다. 에피소드 중심의 '우영우'는 영우가 대형 로펌 한바다의 변호사가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매회 흥미진진한 새 사건이 도전장을 내밀면 영우와 한바다의 변호사들은 '한 회에 한 개씩 사건'을 해결해 가는 방식을 취한다. 법정물은 무겁고 딱딱하다는 선입견도 그 과정에서 많이 사라졌다. 특히 기발한 발상이 떠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고래 CG는 이번에도 사건의 결론이 경쾌하게 맺어질 것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우를 둘러싼 주변 캐릭터들도 사랑스럽다. 영우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 그 이상의 존재로 부각되고 있는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호 분), 편견 없는 넓은 마음으로 단점보다 장점을 더 중요시하는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 우영우의 유일한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군인 동그라미(주현영 분), 영우의 로스쿨 동기인 츤데레 최수연(하윤경 분) 그리고 딸바보 우광호(전배수 분) 등이 이야기를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제작진은 "우영우의 세상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설렘을 더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2막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은빈의 인생캐 등극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영우의 진심을 내가 제일 먼저 알아봐 주고, 내 진심을 더했다." 박은빈이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수차례에 걸쳐 캐스팅 제의를 고사했다. 결국 1년을 기다려준 제작진의 굳은 믿음에 감동해 출연을 결정했고, 박은빈은 국내 드라마계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다섯 살 때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한 박은빈의 연기 경력은 무려 27년에 달한다. 성인이 된 후 '구암 허준' '비밀의 문' 등에 출연, 쟁쟁한 선배들과의 호흡에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때 그의 연기 인생의 분기점이 된 '청춘시대'(2016)를 만난다. 엉큼한 말을 여과 없이 툭툭 던지는 송지원 캐릭터는 기품있던 그간의 이미지를 배신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 또렷한 발음과 시원한 발성이 돋보인 '스토브리그'(2019)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 퓨전 사극 '연모'(2021)에 출연하며 입지를 한층 더 단단히 굳혔다. 여기에 '우영우'가 더해졌다. 배우로서 다른 차원으로 접어든 그의 행보는 이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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