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제일모직 대구공장 vs 제일합섬 경산공장

  • 김진욱
  • |
  • 입력 2022-08-11   |  발행일 2022-08-11 제23면   |  수정 2022-08-11 06:52

2022080901000308800011561
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은 "삼성의 과거는 경북 경산에도 있다"고 연락해 왔다. 내가 본란에 썼던 '대구와 구미 그리고 삼성'이란 제목의 칼럼(영남일보 6월30일자 23면 보도)과 관련해서다. 필자는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출범한 곳이 대구이기에, 삼성의 과거는 대구에 있다고 적었다.

지인의 언급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경산에 설립한 제일합섬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제일합섬은 1968년 제일모직 경산공장으로 출범했다가 1972년 독립했다. 1995년에는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이병철의 차남 이창희가 설립한 새한그룹으로 편입됐다. 1997년에는 회사명이 <주>새한으로 바뀌었다. 경영난을 겪던 새한이 경산공장을 매각한 이후에는 경산 중산지구로 불리며, '펜타힐즈'라는 새로운 이름도 갖고 있다. 펜타힐즈는 24만평 규모의 제일합섬 경산공장 후적지에 들어선 신도시의 명칭으로, 고층 아파트와 상가 그리고 공원과 야외 공연무대까지 갖추고 있다.

제일합섬은 제일모직과 함께 '삼성' 아닌 '제일'이란 상호를 쓴 대표적인 삼성그룹 계열사다. 제일모직과 제일합섬의 경리 및 관리 부문은 삼성의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거쳐야 할 코스였다.

그런데 삼성의 흔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제일모직 대구공장과 제일합섬 경산공장의 후적지 모습은 크게 다르다. 제일모직 대구공장이 있던 곳은 삼성상회 건물이 복원돼 있다. 또 이병철 집무실과 여직원들의 기숙사도 같은 공간 내에 재현돼 있다. 대구시가 삼성에 공들인 결과다.

제일합섬 경산공장에도 여직원 기숙사가 있었다. 경산공장은 이병철의 손때가 묻어 있으며, 이병철이 한눈에 명당자리임을 알아봤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이병철이 살아 있었다면 경산공장이 제3자에 매각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제일합섬 경산공장이 있었던 곳, 펜타힐즈 어디에도 삼성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펜타힐즈를 보면서 삼성을 떠올리는 사람도 거의 없다.

펜타힐즈는 인접한 대구 수성구에 버금가는 화려한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3만2천여 평의 상업지역에는 상가 및 1천3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상업지역 보유업체는 계획과 달리 2천여 가구의 아파트가 추가로 들어설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경산시에 하고 있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펜타힐즈가 명품 복합 신도시 조성이라는 당초 계획과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일합섬 경산공장 전체 부지를 매입했던 시행사가 펜타힐즈 조성계획을 구체화할 2000년대 중반, 필자는 경제부 기자였다. 시행사가 전시컨벤션센터, 백화점 등이 들어선 부산 센텀시티 같은 명품 복합 신도시로 만들려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국내 최고 민간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를 계획수립 과정에 참여시킨 것도 봤다.

지금의 펜타힐즈를 명품 복합 신도시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공업지역이었던 제일합섬 부지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할 당시, 경산 사회가 꿈꿨던 명품 신도시 조성 계획의 정신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명품 복합 신도시 조성의 틀은 유지하면서 상업지역 소유업체의 사업성도 보장되는 묘책이 나오면 된다. 경산시와 상업지역 소유업체 그리고 펜타힐즈 최초 계획 수립자가 머리를 맞대면 묘책이 나올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