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전교차로, 교통안전엔 좋으나 재난대응엔 나빠

  • 박정원 <대구서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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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7   |  발행일 2022-09-15 제21면   |  수정 2022-09-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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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대구서부소방서장

최근 전국적으로 회전교차로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현재는 전국에 약 1천600개 구간에 회전교차로가 있으며, 대구에만 40개가 존재한다.

회전교차로는 국토교통부 회전교차로 설계지침에 따라 기본유형(초소형·소형·1차로형·2차로형)과 특수유형(나선형·평면형·입체형)으로 나뉘며, 자동차 및 계획교통량,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하여 설계된다. 이러한 설계지침은 교통량 지체 감소, 교통사고 저감, 연료 소비 감소로 인한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재난 안전은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소형·소형 회전교차로의 경우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를 포함한 대형자동차의 통행을 고려하여 중앙교통섬 전체를 사면 돋움 또는 연석을 이용한 돌출된 형태로 설치해 중앙교통섬의 횡단 혹은 일부를 침범하여 통행할 수 있도록 설치하여야 한다'라는 지침이 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도시미관을 목적으로 중앙교통섬에 대형화단 또는 조형물을 설치한 곳이 많으며, 지역 특성에 따라 일반 차량의 침범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볼라드 및 시선유도봉(탄력봉)을 설치한 곳도 있다.

일선 소방서에서는 이와 같은 통행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에 중앙교통섬 내부 장애물을 제거하고 분리교통섬 연석을 화물차턱으로 교체하는 등의 많은 요청을 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므로 설계단계부터 소방차량이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와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회전교차로 설계지침에 소방차량의 제원(규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국토교통부 회전교차로 설계지침'은 회전교차로 설치·설계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기준이다. 소방차량이 회전교차로를 통과할 때 필요한 도로 폭 및 회전반경 등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확고한 기준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설계단계에서부터 소방관서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회전교차로 설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설계단계에서부터의 근본적인 협의가 없다면, 이후 회전교차로를 다시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행정력 및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하여 설계 전 협의에 대한 제도가 필요하다.

셋째, 회전교차로의 체계적인 현황 관리가 필요하다. 소방청에서 지정한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지역 중 개선이 필요한 대상을 추가 지정하여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할 기초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소방출동로 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신속 출동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작은 사고가 대형재난으로 발전하고 많은 인명·재산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회전교차로의 근본적 개선은 각종 재난으로 인한 중대한 피해를 예방하고 나아가서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행정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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