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선비복 입어보니 조선의 선비가 된 것 같아요"

  • 조경희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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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9   |  발행일 2022-09-14 제12면   |  수정 2022-08-30 08:08
대구 도동서원 문화관광 행사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

참가자들 선비복 입어보기, 행장 미리 써보기 등 체험
[동네뉴스] 선비복 입어보니 조선의 선비가 된 것 같아요
도동서원 문화관광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에 참가한 학생 등 시민들이 중정당에서 '선비복 입어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대구 달성 도동서원을 둘러보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문화관광 행사가 열려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도동서원은 지난 20일 유교문화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전통문화 체험과 도동서원 일대를 관광하는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 '를 진행했다. 초등생 3명을 포함해 모두 2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도동서원 운영위 김돈희씨의 배향 인물 소개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중정당(中正堂)에서 선비복 입어보기, 은행잎 책갈피 만들고 좌우명 갖기, 나의 행장 미리 써보기 등을 체험했다. 또 도동의 풍류음악회에 참가해 내방가사 낭독을 감상했다. 이어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십이정려각, 한훤당(寒暄堂) 고택, 유가사, 현풍 도깨비시장 등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비복 입어보기' 체험에서 정시율(학정초등 3년) 군은 실내에서 쓰는 유건과 외출할 때 쓰는 갓, 그리고 과거 급제 후 쓰는 어사화까지 써보는 기회를 얻었다. 선비복을 갖춰 입은 정 군이 뒷짐을 지고 마치 모델처럼 워킹 장면을 연출하자 참가자들은 환호와 함께 큰 박수를 보냈다. '행장'은 원래 사후에 지인이 써 주는 것이지만 이날 체험에서는 자신의 행장을 미리 써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경북 칠곡 석적읍에서 온 구귀련(69)·신성해(65) 씨는 '살아갈 날보다 남은 날이 적은 자신을 돌아보며 지금처럼 나누고 베풀면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것'이라고 행장을 적었다. 이들은 "우연히 행사에 참가해 의미 있는 체험을 했다. 기회가 되면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네뉴스] 선비복 입어보니 조선의 선비가 된 것 같아요
도동서원 문화관광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 행사에 참여한 신성해·구귀련(경북 석적읍) 씨가 선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행사 참여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도동서원 중정당은 100년 전만 해도 여성은 올라갈 수 없는 금녀의 장소다. 여성 참가자들은 서원 고택 마루에 앉아 한들 권숙희 작가가 전하는 내방가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복을 곱게 입은 남헌(南軒) 조명자(대구 달성·76) 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가사를 들으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도동서원은 유교문화 활성화에 의미를 더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은행잎 책갈피 만들기'가 대표적인 예다. 도동서원의 상징인 500살 은행나무의 은행잎을 이용해 책갈피를 만들어 참가자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한 것. '행장 쓰기' 또한 다른 향교나 서원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다. 선비·유교 문화를 느끼고 삶의 방향을 설정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됐다. 도동서원 청년 유사 이상희 씨는 "처음 시행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도동서원이 지역 문화관광의 중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 행사는 성균관 유교문화 활성화 사업단이 주관하고 도동서원 운영위가 주최한다. 지난 7월 1회차 행사를 가졌으며 11월까지 총 일곱 차례 진행한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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