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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낙과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영주시 부석면의 한 사과 농장. 태풍의 위력이 대단했음을 보여준다. <영주시 제공> |
"한 해 동안 공들여 재배한 사과 출하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판매할 것보다 폐기할 양이 더 많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정모(76) 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시기에 맞춰 약도 치고 철저히 관리하면서 유행하던 탄저병도 이겨냈는데 결국 태풍에 덜미가 잡혔다. 수십 년간 사과 농사를 지었지만, 이 같은 큰 피해는 처음이라 어떻게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며 안타까워했다.
6일 새벽부터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 경북 도내 과수 농가에 대규모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추석 연휴를 불과 이틀 앞두고 발생한 피해로, 수확의 기쁨과 기대가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도내 농작물 피해는 2천363ha(침수 2천2ha, 도복 49.3ha, 낙과 278.3ha, 시설 5ha, 유실매몰 28ha)로 잠정 집계됐다.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북 도내에선 영주지역 사과 농가의 낙과 피해가 가장 컸다. 이날 오전 영주시 부석면을 비롯해 순흥면과 풍기읍 일대에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내려 수확을 앞둔 사과나무가 쓰러지면서 낙과 등 총 166㏊에 이르는 농작물 피해가 났다.
피해지역 및 규모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부석면이 70㏊로 피해가 가장 컸다. 이어 순흥면 50㏊, 풍기읍 21㏊, 봉현면 20㏊, 단산면 5㏊ 등의 순이다. 피해품목은 사과 146㏊, 복숭아 20㏊ 등이다.
안동지역에서도 강풍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60농가에서 35㏊ 정도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풍산읍 30㏊, 도산면 3㏊, 녹전면과 예안면에서 각각 1㏊씩의 과수 피해가 났다. 이 가운데 34㏊는 낙과고 나머지는 도복 피해다.
이 밖에도 예천군 용문·효자·은풍·보문면 등 4개 지역 100여 사과 농가에서도 147㏊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경산에서는 벼 도복(0.5㏊)과 대추 낙과(0.5㏊), 봉숭아밭 침수(0.3㏊) 등 모두 1.5㏊에서 농작물 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큰 시름에 빠진 농가에 신속한 복구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재윤·윤제호·장석원·손병현기자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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