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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엽기자 |
"갖은 양념을 넣고 잘 버무려주세요." 이 말은 음식을 만드는 설명 중 가장 난감한 표현이다. 어떤 양념을 넣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그저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음식 하나를 망가뜨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처음 만드는 음식을 조리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중 하나가 각종 재료의 계량이다.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아야만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똑같이 했는데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는 개인적 감상과는 별개로 기본을 보장할 수 있다. 개인 입맛에 맞지 않는 부족한 점은 개인이 보완해야 할 일이다.
'갖은 양념'이라는 상투적인 설명에 그친다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처럼 표현하지도 않은 속마음을 읽어야만 한다. 음식 맛을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한 균형과 조화를 위해 각종 조리 설명에 반드시 계량이 포함되는 이유 중 하나다.
민선 8기 대구시 공약 중 기대되는 사업 하나가 바로 '염색산업단지 이전'이다. 수년 전 유연탄 불법 채굴 의혹을 취재하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염색산단의 실태는 처참했다. 그곳은 염색산업 그 자체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었다.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을 필두로 각종 이권 개입과 눈속임을 통한 마진 부풀리기로 굴러가는 거대한 카르텔이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유혹에 취해 양심을 파는 이들도 숱하게 보았다.
당시 관리공단 이사장이 교체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과연 개선됐을까? 이러한 의문이 생길 때쯤 들려온 소식이 염색산단 이전 공약이었다. 덮어두고 품기보다는 과감한 결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대구시는 내년 초 염색산단 이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체 보상 비용 및 이전지 확보, 발전소 건립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걸림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혀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어느 누구나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고, 기왕이면 이익을 얻고 싶어 하기 때문에 눈먼 돈이 새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대구시가 만들어갈 미래 먹거리는 정해졌다. 이제 갖은 양념을 넣고 잘 버무리면 끝난다. '알잘딱깔센'하라는 개인적 주문과는 별개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감'과 '개인 입맛'에 맞추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기본인 '계량'을 지켜주리라 기대한다.
김형엽기자〈경제부〉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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