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18> 산솜다리

  • 송치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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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3 07:36  |  수정 2022-11-03 07:41  |  발행일 2022-11-03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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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주임)

에델바이스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누군가는 시원한 캔맥주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노래 구절이 떠오를 것이다. 필자는 에델바이스라고 하면 솜다리속 식물들이 연상된다.

필자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취업하여 처음 일을 시작하였을 때, 한국의 에델바이스 연구를 잠깐 진행했었다. 한국의 에델바이스라고 하나, 국내 분포하는 솜다리속 식물은 에델바이스와는 그 차이가 분명하다.

에델바이스는 유럽의 알프스 지역을 원산지로 하는 고산식물이며, 비행기로 14시간 이상 걸리는 우리나라에 똑같은 것이 분포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두 솜다리속(Leontopodium 屬)이긴 하지만 엄연히 종명도 다르고 자생지의 환경도 전혀 다르다.

하여튼 산솜다리를 포함한 국내에 자생하는 솜다리속 식물들이 스위스 높은 알프스 고산에서 자생하는 에델바이스와 그 생김새는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산솜다리를 '한국의 에델바이스'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와전되어 산솜다리를 '에델바이스'라고 부르게 된 현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에델바이스 맥주에도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에델바이스 맥주는 알프스에서 제조하는 맥주로 유명하다. 에델바이스 역시 알프스에 자생하는 식물이기에 틀린 것은 없다. 하지만 '알프스의 소녀' 때문인지 스위스령으로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 맥주이다. 덧붙여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산솜다리는 높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식물로, 전체에 솜털이 있다. 사실 이름의 유래는 미상이긴 하지만 인터넷 백과에 의하면 '하얀 솜털이 나 있는 다리라는 뜻에서 솜다리가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언뜻 들어만 봐도 동물도 아닌 식물에 다리? 이해가 되지 않는 구절이다. 솜털이 나 있는 식물이기에 '솜이 달린 식물'로 불리다가 점점 순화가 되어 '솜달린식물' '솜달린풀' '솜다리풀' '솜다리'로 자리 잡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솜다리에 대한 오해는 또 있는데 설악산에서 자라는 산솜다리를 금강산에서 자라는 솜다리와 같은 것으로 인식한 것에서 출발한다. 설악산에서 자라는 솜다리가 금강산의 솜다리와는 다르다는 것이 학계에 발표되면서 설악산에서 자라는 솜다리를 산솜다리로 분류하게 되었다.

솜다리는 고결한 사랑·추억·용기 등 거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답게 거룩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털로 뒤덮인 순백색의 모습 때문인지 그 꽃말이 가지고 있는 뜻 때문인지 민족의 영산 설악산에 자생지를 두고 있는 때문인지 국내의 산악회에서 로고로 솜다리가 아주 많이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설악산의 솜다리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정확히 따지자면, 솜다리가 아닌 산솜다리를 로고로 사용하는 것이며, 솜다리는 금강산을 비롯한 평안북도와 함경도에서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며 남한에는 분포하지 않는 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산솜다리와 솜다리가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리고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송치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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